[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15>세계 최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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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실리콘밸리에서 해마다 열리는 한국인 창업 워크숍의 마지막 날 발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다. 참가자들은 팀을 꾸려 사흘 동안 머리를 맞대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간단한 시연 제품을 만들어 발표한다. 보통 10분 정도 발표와 시연을 하고 질문을 받는다.

한 팀이 발표를 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서비스인데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자랑한다. 첫 마디가 “이것은 세계 최초예요”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확인해 보겠다는 욕구가 발동한다. 발표를 듣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키워드를 변경해가면서 몇 번의 검색을 반복하자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 관련 회사 이름이 주르륵 등장했다.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계 최초가 아니라 100번째쯤 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스타트업들의 사업계획서 검토를 거듭할수록 창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창업가의 철저한 무지와 무경험, 그리고 계획의 피상성에 놀라게 된다. 부디 블로그, 뉴스 등에서 접하거나 상상으로 가득 찬 책 몇 권 읽은 감동에 의존해 창업하지 말기를 권한다.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전에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 바란다. 잠깐의 검색 과정이 수천만원 가치일 수 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회사를 설립해 직원을 뽑고 제품을 개발 한 후에야 이미 같은 제품이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의외로 많다. 돈과 시간은 이미 날아간 다음이다.

사업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유사제품의 검색과 조사다. 유사 제품들을 깊이 연구하면 처음에는 같아 보였던 여러 제품들이 같은 제품이 아니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집중하는 고객의 집단과 고객의 문제점이 다르고 해결하는 방식이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을 잘 조사하면 그 시장과 고객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그 틈새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른 채 `세계 최초`를 용감하게 부르짖는 벌거벗은 임금님은 되지 말자.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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