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꿈이 넘치는 소프트웨어 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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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수학을 좋아하는 딸과 과학을 사랑하는 아들이 있다. 딸은 `복잡한 수식으로 땀나는 풀이과정을 거쳐야하지만 딱 떨어지는 결론이 나오는 게 수학의 매력`이라고 한다. 아들이야 자동차, 레고블럭, 곤충, 별자리 등에 빠져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방과 후 과목도 컴퓨터, 창의과학, 로봇과학 등을 주로 듣는다.

그런데 두 녀석 다 좋아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지는 않겠단다. 힘들 것 같고 밥벌이에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는 이유를 댄다. 대신 튀어나오는 말이 선생님, 연예인, 요리사 등이다.

부모가 관련 직종에 있어 어린 나이에 일찍 분위기 파악을 한 것인지, 아니면 세속적 편의에 벌써 눈을 뜬 것인지는 몰라도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우리 사회 화두가 된 지는 세월이 꽤 됐다. 과학고 졸업생의 30~40%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는 2002년 발표가 촉발점이 됐고, 마치 예측한 결과인 듯 2009년 `아이폰 쇼크`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지난 14일 민관 공동의 `소프트웨어(SW) 정책협의회`가 발족했다. 창조경제의 핵심 원동력인 SW산업을 일으킬 해법을 찾을 전문가그룹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협의체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단지 SW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논란이 돼 왔던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개하고 우리 사회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수 있는 기폭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8명 위원의 면면도 참 다양하다. 연구기관, 학계, 기업, 경제단체 대표뿐 아니라 대학생도 포함돼 있다. 현장의 실질적인 얘기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SW 혁신전략`의 구체적 이행안을 점검하고 우리나라 간판 SW제품을 만들 `선도형 SW 개발 프로젝트`의 향배도 결정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SW 인력양성 계획이다. 협의회와 곧 출범할 민관 태스크포스(TF)가 주축이 돼 초중고 교육제도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SW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제고하기가 어렵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프로그래밍(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고등 정규과목에 SW를 넣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당초 의도에서 벗어나 SW가 교육현장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시험과목이 늘어 즐겁지 않고, 교사들은 잦은 야근에 기피 과목으로 취급하고,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흔히 SW 분야를 `4D` 업종으로 분류한다.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데다 `꿈이 없다(dreamless)`는 것이다. 억지스러운 조어지만 실상을 꼬집는 듯해 입맛이 씁쓸하다.

앞으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낼 혁신안에는 SW 종사자들이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더라도 `꿈이 넘치고(dreamful)`,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교육받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듬뿍 담겼으면 정말 좋겠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