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동절기 전력수급과 전열기기

불티나는 전열기기, 잠 못 드는 당국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비와 눈이 많이 전망이다. 특히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 덩어리가 봇물 터지듯 한반도로 밀려온다는 소식에 전력당국의 가슴은 더욱 철렁하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전력당국은 민간비상발전기를 가동하고 전압기 탭을 조정하며 전력수요를 조정하기도 했다. 사실상 동계 전력수급기간에 들어간 셈이다. 올해 겨울 역시 전력수급의 핵심은 전기 난방과의 싸움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카드로 전력소비 감축을 유도하고 있지만 지금 전자상가에서는 각종 전열기기 제품들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어 상반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슈분석]동절기 전력수급과 전열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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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동절기 전력수급과 전열기기

◇전열기기 정부는 사용제한…시장은 아직도 인기

이달 21일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5.4% 올랐다. 전력 보릿고개인 동절기를 앞두고 전력당국이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소비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다. 인상폭도 지금까지 전기요금 인상 심리 마지노선인 5% 넘어서며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의지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은 단순히 앞으로 가구당 전기요금이 1310원가량 높아졌다는 것을 넘어 전기와 다른 에너지원간의 가격 차이를 줄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는 전기에 대한 과세를 높인 반면, 가스와 정유 등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과세는 완화했다. 사실상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전열기기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주요 에너지 기기들이 모두 전기를 사용하는 이른바 전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0년대 후반부터 다른 에너지 가격에 비해 전기요금 인상이 최저 수준에 머물렀고,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 전열기기 사용이 늘면서 전기소비는 급증했다.

동절기에 전력피크가 경신되기 시작한 것도 2009~2010년 겨울 때 부터였다. 매년 겨울마다 전력사용량은 원전 4기 수준인 400만㎾가 증가했다. 지금은 여름보다 더 위험한 전력 보릿고개를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열기기 사용에 따른 전력 수요급증 현상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전력피크도 80만㎾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전열기기를 정조준한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전열기기 시장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열기기 시장은 2010년부터 매년 1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전열기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과 관련된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고효율과 낮은 전기요금을 앞세워 홍보하는 제품들이 여전히 많아 소비가 쉽게 줄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올해 역시 전열기기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열풍기, 전기히터, 라디에이터 등이 지난해보다 판매가 늘었다. 특히 올 겨울 히트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온수매트는 지난해보다 다섯 배나 많이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겨울철 전열기기와 함께 부가적인 겨울철 전기제품으로 에어워셔도 두 배 이상 판매되고 있다.

◇전열기기 올바른 소비자 습관과 함께 해야

전력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이 실질적인 전열기기 사용량 감축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열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이를 다시 열로 환원시키는 매우 비효율적인 제품이지만 난방기로서 전열기기는 간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전열기기가 크기는 작지만 에어컨보다 전력소비가 많고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기장판을 매일 5시간 이상씩 사용하면 10만원에 가까운 전기요금이 나온다.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정부의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은 전열기기 사용 줄이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작은 명분을 제시했다. 전기요금은 오르고 액화천연가스(LNG), 등유의 세율은 낮추면서 적어도 전열기기 사용이 다른 난방기보다 비용이 적게 지출되는 불균형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전열기기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도 동계 전력위기를 넘기는 방법 중 하나다. 여름이 무더운 한 낮에 전력피크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겨울철은 아침과 저녁 두 번의 전력피크가 찾아온다. 동계 전력위기가 시작된 2010년부터의 전력소비 패턴을 보면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시간은 오전 10시와 12시 사이, 오후 5시와 7시 사이다. 오전시간은 사무공간 난방기기와 제조업의 공장 가동으로, 오후시간은 아직 퇴근 전인 사무실과 막 영업을 시작하는 상가, 방과 후 및 퇴근 후의 가정 난방이 겹치면서 전력피크가 발생한다. 올겨울 처음으로 전력당국이 전력수요조치를 취한 지난주 월요일 역시 오후 6시에 전력피크가 발생했다.

동계 전력사용량이 최대치를 달리는 시기에 전열기기 사용을 줄이고 적정실내 온도 유지로 절감할 수 있는 전력은 악 300만~400만㎾ 수준이다. 전체 사용전력량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으로 작지만 실질적인 전력피크 유발 요인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앞으로 전기요금 추세를 감안해서라도 전열기기 사용을 줄이는 습관에 미리 익숙해지는 편이 좋다. 전기요금 인상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인상요인은 평균 8%대에 달했지만 실제 인상은 이보다 낮았다. 아직 추가 인상의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여기에 발전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 과세가 추진되면서 전력도매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인상요인 반영도 감안해야 한다.

전열기기가 편리성은 뛰어나지만 주 난방은 바로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가스와 등유를 사용하고 보조 난방에 전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에너지원별 가격 차이를 줄여 소비를 분산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소비자 역시 전력 이외의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겨울철 난방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도별 동절기 난방수요 추이 (단위: 만㎾)

올해 겨울 난방용품 판매 증가율 (단위:%)

21일 반영된 전기요금 인상률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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