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위한 숙제가 많아졌다. 주요 선진국들의 감축 의지가 퇴보하면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심이 늘었지만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경쟁력 약화를 주장하면서다.
제1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19)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일부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찬물을 끼얹는 기류를 한국이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 총장은 “일본이 온실가스 공약을 후퇴시키는 등 우려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이 코펜하겐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공약을 반드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 감축 목표와 관련해 전망치를 재산정하고 있다”며 “국제공약을 지키는 것이 국가 신뢰 획득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감축 목표 이행 의지를 내비쳤다.
산업계는 일부 선진국들과 함께 감축 목표 하향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바르샤바 현지에서 열린 환경부 장관과 산업계 대표들의 간담회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성토의 장이었다.
산업계 대표들은 철강, 정유, 발전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서 급격히 에너지 사용을 줄일 경우 산업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전했다. 선진국들이 경제 성장을 이유로 기후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도 연증가율 9.8%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공약 이행에 얽매이지 말고 고효율 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주력인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성상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켜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는 195개국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참석해 2020년 이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감축목표 준비를 개시를 요청하는 문안에 합의했다. 또 신기후체제 합의문에 담길 주요 요소들과 내년부터 논의할 사항들에 대해서 확인해, 내년과 내후년 협상 방향을 제시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