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후 변론에 삼성 비꼬며 애국심 호소

애플은 배상금 재산정 공판에 삼성전자 임직원이 단 한 명도 법정 증언대에 서지 않은 점을 집중 공격했다.

20일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루시 고 판사가 주재한 공판에서 애플은 자사 고위 임원을 증인으로 활용했다. 마케팅 책임자 필 실러 선임부사장은 14일과 15일 이틀간 증언대에 서서 증인신문과 삼성의 반대신문에 장시간 응했다. 토니 블레빈스 애플 구매담당 부사장도 13일에 나왔다.

이와 달리 삼성은 자사 임직원을 단 한 명도 증인으로 세우지 않았다. 변론 전략상 자사 임직원이 직접 증언대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삼성의 판단이었겠지만, 애플 측이 공판 내내 이 점을 이용해 배심원들에게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는 일은 막을 수 없었다.

최후진술에서 애플 측 변호인 빌 리는 “증인들은 기억을 못 합니다. 삼성은 증인이 나타나지 않습니다.”라고 배심원 앞에서 비꼬았다. 애플 측 수석변호인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삼성 임원들이 얼마나 이 미국 재판 절차를 무시하기에 재판에 나오지도 않는 거냐”고 말했다.

애플 측은 공판 기간 내내 “삼성이야말로 우리 측 스타 증인”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면서 신종균 사장 발언과 지시사항이 담긴 삼성 내부 문건을 배심원들에게 보여 주고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체계적으로 베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외부 전문가 입을 빌려 설문조사 등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반론했지만, 해당 발언을 하거나 문건을 작성한 임직원의 입을 통해 생생한 반론을 펼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양측의 변론 전략이 지난해와 사실상 똑같았다. 한 차례 써먹은 전략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애플은 배심원에게 삼성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다.

이번 공판을 앞두고 오히려 애플이 삼성전자 직원을 증인으로 부르려고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디자이너 박형신 씨가 원래 작년 재판에서 삼성전자 증인으로 신청됐다가 애플 요구로 증언에서 배제됐다. 이번에는 공판 개최 직전인 이달 초 애플이 원고측 증인으로 박 씨를 부르겠다고 신청했다. 박 씨는 실제로 증언대에 서지는 않았다. 루시 고 재판장은 지난해 배제를 이유로 애플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애플은 주로 미국 배심원의 애국심과 실리콘 밸리 거주자로서 자긍심에 노골적으로 호소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 무효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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