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병원 내 `의사 로봇` 확산…뇌·심장부터 신생아까지

# 뇌졸중에 걸린 린다 프리스크가 병원 침대에서 매일 아침 마주하는 상대는 의사가 아닌 로봇이다. 화면 속에 비친 프리스크의 담당 의사인 아사드 초다리 박사는 미소를 띤 채 프리스크에게 눈을 깜빡여 보고 다리와 팔을 움직이라고 말한다. 뇌신경 기능을 진단하는 것이다.

Photo Image
`RP-VITA` 처럼 미국에서 사람 키 높이의 원격 의료 `의사 로봇`이 늘고 있다. 인터치헬스와 아이로봇이 공동 개발한 의사로봇 RP-VITA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미국에서 `의사 로봇`이 늘고 있다.

18일 AP는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미국 전역 병원에서 1.5m 키의 원격 의료 로봇이 의사를 대신해 환자를 검진한다고 보도했다. 의사 로봇은 원격지에 있는 의사의 실물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달았다.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를 갖춰 떨어져 있는 의사와 환자가 영상으로 서로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20여개 병원이 응급실과 중증 환자용 원격 의료 로봇을 쓰기 시작했으며 활용 범위도 신경과, 심장과, 신생아과와 소아과, 정신과까지 이르러 폭넓다. 아리조나·캘리포니아·네바다 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디그너티 헬스(Dignity Health)는 5년 전부터 환자를 진단하기 위한 로봇 등 원격 의료 장비 도입을 늘려온 대표적 의료 서비스 체인이다. 치명적 뇌손상을 막기 위해 매 분 단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뇌졸중 환자 진료가 주목적이다. 의사가 늘 환자 곁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 매우 유용하다.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환자를 찾아가기도 한다. 미국 인터치헬스와 아이로봇이 공동 개발하고 식품의약청(FDA)이 인증한 `RP-VITA`가 대표적이다. 의사가 PC로 RP-VITA에 접속하면 로봇이 환자의 방까지 스스로 이동한다. 센서를 사용해 이동 도중 복도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는다. 로봇이 환자 방에 들어서면 의사는 PC 화면으로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데이터를 확인한다. 로봇이 환자를 만질 수는 없지만 간호사가 곁에서 보조 역할을 한다.

AP에 따르면 미국 내 1000여 개 이상 병원이 RP-VITA를 포함한 원격 의료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월 5000달러(약 530만원) 비용에 대여도 가능하다.

초다리 박사는 “마치 환자와 한 방안에 있는 기분”이라며 “사람인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지만 차선책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초기 로봇에 어색함을 느꼈던 환자도 곧 익숙해진다”고 부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