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지마중공업(IHI)이 초저가 위성 사업에 진출한다고 니혼게이자이가 14일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민간 위성 시장에 일본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IHI 위성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발사 비용을 포함해 10억엔(약 107억원) 이하를 목표로 잡았다. 보통 저가 위성을 쏠 때 드는 돈이 500억원을 웃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아리랑3호를 발사할 때 미쓰비시중공업에 준 대가는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비결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하고 IHI가 만든 발사체 입실론이다. 입실론은 고체연료를 쓰는 발사체로 수용 가능 무게는 약 1.2톤이다. 100㎏ 위성 10개 이상을 우주로 보낼 수 있다. 9월에 처음 발사한 입실론은 53억엔(약 570억원)이었지만 두 번째는 38억엔(약 400억원)으로 떨어졌다. IHI는 입실론을 양산하면 30억엔(약 320억원)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10개의 위성을 실으면 개당 30억원 정도에 발사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발 중인 위성은 무게 50~100㎏ 정도다. 제작비는 약 5억엔이다. 기상 관측이나 방송·통신에 쓰이는 2톤 안팎의 대형 위성과는 비교하기 힘들지만 재해 예방이나 농작물 관리, 자원 탐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영상 촬영처럼 고객이 원하는 기능에 따라 설계를 바꾸는 맞춤형이다. 2015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가 2017년에는 세계 최저가 위성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IHI는 지난해 기상 계측 전문 기업 메이세이전기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온도 변화나 진동이 심한 조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소형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를 활용해 위성용 카메라를 만든다. 지상 500㎞ 상공에서 1㎡ 면적을 선명하게 촬영한다. 카메라 대신 센서를 달면 지표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농작물 상태나 토질을 파악하거나 아프리카처럼 미개척 지역의 자원 탐사에 쓸모 있다. 태풍이나 쓰나미 관측, 광대한 삼림 감시에도 안성맞춤이다.
IHI는 자체 위성을 발사해 기상이나 교통 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가공해 판매할 계획도 세웠다. 이 회사 우주 분야 매출은 현재 500억엔(약 5360억원) 규모다. 위성 발사와 데이터 판매를 더해 800억엔(약 858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이다.
주요 국가·지역 우주산업 개요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