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대한민국 미래가 청년창업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분야라고 하기엔 걸림돌이 많다. 청년기업인으로서 이 부분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첫째, `창업` 과 `창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이라는 단어가 가진 본질은 `업`을 만드는 것에 있다. 스스로 관심 있고 적성이 가는 분야를 선정하고 자신의 역할을 찾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오늘날 창업과 관련한 주요 토론이나 논의를 보면 `업`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회사 설립=창사` 에만 몰두하고 있다.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은 각 분야 별로 필요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창사`에만 몰두하면 단기적으로는 사업자 등록 증가로 청년 실업률 해소를 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각 분야에서 필요한 `역할`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이미 겪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엔지니어 역할이 무시되면서 시작된 `이공계 기피 현상`은 오늘날 ICT 강국을 만들겠다는 대의 속에 인재 부족으로 인해서 해외에서 인재를 수입해 오는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창사`가 아닌 `창업`을 논의해야 하고, `창사`는 내가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선택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창조`를 위해서는 `모방`을 묵인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창조적인 서비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성공을 하기가 어렵다. 모방을 묵인하는 사회에서는 최초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헤쳐 나가서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점이 되면 대기업을 비롯해서 업계에서 쏟아지는 카피 캣과 출혈 경쟁을 겪어야 한다. 이 경우 완전히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남다른 노하우를 보유하지 않는 한 개척기업이 살아남기는 힘들고, 아무런 철학과 고민 없이 만들어진 카피 캣도 갈피를 못 잡고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
`모방`이 아닌 `혁신`에 대해서는 많은 칭찬과 지원을 해주되 `모방`에 대해서는 모든 사회가 나서서 질타를 하는 구조가 되어야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결정이 나오고 예비창업자는 모방이 아닌 혁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다. 세째, `창업자`를 지원하는가, `창업지원사업자`를 지원하는가 문제다. 정부가 청년 창업을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한다고 이야기 한다.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서 부처별로 많은 기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년 창업 당사자인 청년 기업인은 그 지원이 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알 수도 없다. 이유가 뭘까. 어떤 지원 정책은 법인 설립일 기준으로 2년 이내 기업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 보통 창업하고 1-2년은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때이고 3년차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성공의 확률이 낮은 시행착오에는 투자하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 3년차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원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1-2년 안에 성공을 하거나 실패해서 계속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이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창업자`를 위해 만들어진 지원 정책이 `창업자`를 위해서 쓰이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 세금은 누구를 위해서 쓰여지는 것일까. 이런 불합리한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청년 창업, 건강하고 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관, 실제 이해당사자인 청년 기업인 사이의 대화가 시급해 보인다. 앞으로 이런 내용이 공론화 되어서 계속적으로 공개의 장을 통해 논의될 수 있어야 우리의 창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구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