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실적 부진으로 명성이 퇴색됐던 일본 전자업계가 회복되고 있다. 일본공업신문에 따르면 8대 전자업체의 올해 상반기(4월~9월) 매출액이 엔저와 설비투자 회복 영향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파나소닉, 소니, 도시바, 샤프 등 8사의 상반기 이익을 더하면 2730억엔(약 2조9000억원) 수준이다. 리먼 사태 이전인 2008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한 NEC를 제외하고 대부분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2년 연속 7000억엔(약 7조5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파나소닉은 올해 2700억엔(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원인은 폭염 덕분에 잘 팔린 에어컨 매출과 LCD 패널 및 메모리 가격의 안정적 오름세다. 이외에도 도쿄 올림픽 때문에 일본 내에서 설비 투자 수주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엔저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히타치는 엔저로 전년 동기 대비 440억엔, 도시바는 334억엔의 수익을 추가로 올렸다. 하지만 백색 가전 시장에서는 엔저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업계 전문가는 “예전처럼 엔저가 전면적으로 수익에 공헌하는 산업구조가 없어지고 분야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최근 경향”이라고 전했다.
일본 전자업계가 TV 일색에서 벗어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한 점도 수익 상승에 기여했다. `TV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과 함께 파나소닉, 소니 등 전자 기업은 자사 TV 사업을 일부 축소하고 차량용 전자기기와 의료 및 주택설비 등 스마트 가전에 투자했다.
파나소닉은 지난달 31일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의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도시바도 올 상반기 TV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자 폴란드 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반면 파나소닉은 터키의 배선기구 생산업체를 인수해 이 분야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전했던 일본 전자 산업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탈 TV 흐름과 함께 어떤 분야에 주목하는지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4월~9월) 주요 전자 업체 실적(단위: 억엔)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