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에도 `스토리`는 필요하다. 아니, 스타트업이기에 더 스토리가 필요하다. 애써 고민한 비즈니스 모델과 밤잠을 잊고 매진하는 실행력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사용자가 그 회사의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쓰게 만드는 나름의 스토리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피칭을 하고, 사용자에게 홍보와 마케팅을 하는 과정도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글로벌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는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발된 5개 팀은 지금 런던에서 프로그램 수행 중이다. 이들은 런던과 미국 실리콘밸리를 돌며 현지 스타트업 환경 파악과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 교육 등을 받고 주요 벤처캐피털과 네트워킹하며 투자 설명회도 연다.
2주간 프로그램에서는 해외 투자자를 겨냥한 피칭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어에 서툰 우리 벤처인들에 실리콘밸리 투자자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설득 기법을 전수한다.
하지만 단순히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잘할 것인지가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미셸 메시나 익스플로라인터내셔널 대표와 조너선 배어 스레시홀드벤처스 대표는 “세계 어디서건 스타트업의 문제는 명료하면서도 강력한 스토리를 전하지 못 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스토리는 비즈니스모델이 명확한지, 고객은 정확히 누구인지, 시장 성장 가능성은 어떤지 등 정확한 비즈니스 이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꼭 투자 유치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설득력 있게 자신의 사업을 전하는 것은 중요하다. 피칭을 위해 비즈니스와 고객, 시장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며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럴 때 글로벌 시장을 우선할지 로컬 시장을 우선할지, 어떤 고객이나 어떤 시장을 먼저 공략할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런던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접한 우리 스타트업들이 2주 뒤에는 사업에 대한 더 단단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스토리를 써 내려갈 준비를 갖추기를 기대해본다.
런던(영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