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컬럼]`종이` 취급되는 특허

최문성 이즈포유 대표(mschoi@isforu.com)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애플이나 구글, 삼성전자, 페이스북 등 매출과 성장률에서 IT 생태계를 창조하고 선도해 가는 지식기반 기술기업 간 특허전쟁을 볼 때 글로벌 경제가 지식경제로 빠르게 진화함을 확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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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선도 기업은 특허를 단순히 외부 기업에 대한 소극적·방어적 자산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특허 자체가 지식경제 패러다임에선 직접적 수익 창출원이자 기업 핵심 자산이라고 판단함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키아를 인수했지만 대부분 특허를 여전히 노키아가 가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허전쟁의 핵심에는 지식재산권(IP) 다툼이 있다. 지식재산권은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을 통해 창출하거나 발견한 지식·정보·기술이나 표현, 표시 그 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지적창작물에 부여된 재산에 관한 권리`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모토인 `창조경제`도 바로 일류 선도 지식재산권의 새로운 창출과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범사회적 인프라 기반 구축을 통해 구현 가능하다. 정부에서 이런 글로벌 특허의 중요성과 미래 산업 구조에서 지식재산권이 갖는 의미를 적시하고 추세에 발맞춰 `창조경제`라는 정책 아래 지식기반의 벤처·중소기업 위주 성장 및 육성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정책적 효과는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누구나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누구도 그 말에 대한 법·제도적, 실천적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특허 전문가를 채용해 전담부서를 꾸리고 지식재산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국내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국제 특허 소송에 대응하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정부와 산하 기관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특허 보호, 나아가 국제출원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시스템이 아쉬운 대목이다.

은행이나 보증 관련 정부기관, 심지어 투자기관에도 국제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정부 정책만 믿고 특허를 들고 관련 기관을 방문해보면, 그 특허를 위한 정책이나 자금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허를 평가하고 가치를 산정하고, 그 특허를 기반으로 신용을 제공하는 것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일부에서나마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벌어지는 말의 성찬에 비하면 즐길 것이 하나 없는 공허한 테이블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말은 `지식재산권`이라 하지만, 그것을 재산, 즉 돈으로 평가하는 은행이나 기관, 그리고 투자자들을 한국에서는 찾기 어렵다. 돈을 가진 사람이나 자산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지식재산권을 종이로 보면, 그건 그냥 종이에 불과한 것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한국은 특허를 종이로 보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특허를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실제 사업에 적용된 특허는 더욱 어렵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비용투자가 선행돼야 하고 그 출원과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서 벤처가 글로벌 특허를 획득할 시점이 되면 역설적으로 기업의 자금은 바닥을 보이고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그래서 여기저기 자금을 알아보고 문을 두드려 봐도 돌아오는 것은 “다음에”라는 말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에 특허를 획득해서 지식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최근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행어가 떠오른다. “언니가 국제특허를 따 봤는데~~”

필자도 실제 레이어 기술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4개국 특허를 획득했고, 2건의 특허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 특허들은 사무실의 한 면을 장식하는 종이에 불과한 상황이다. 말 뿐인 창조경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식생산성을 높이는 기술과 정보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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