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로 비난받는 아일랜드가 벤처에게 기회의 땅으로 부상한다고 31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유망 벤처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아일랜드 경제에도 새바람을 일으킨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온라인 보안, 디지털 미디어 분야 9개 벤처기업은 최근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아일랜드에서 창업해 그동안 총 33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2~3년 내 아일랜드에서 2000여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아일랜드에 진출한 70개 벤처가 함께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이 아일랜드에 진출해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이유는 단연 세금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외국 기업이 자국 내에 법인을 설립해도 세법상 거주지를 다른 저세율 지역에 등록할 수 있게 허용한다. 기업은 아일랜드에 총괄법인을 설립하고 다시 제3의 조세회피처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세율을 낮춘다. 애플은 이 방식으로 그동안 440억달러(약 47조8000억원)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과도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는 미국 의회의 거센 압력을 받은 아일랜드 정부는 세법 개정을 예고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아일랜드 행을 원한다. 유망 벤처도 마찬가지다. 벤처들은 아일랜드에서 창업하는 이유가 꼭 세금 때문은 아니란 입장이다.
온라인 광고 플랫폼 서비스 `애드롤`의 로렌 바카렐로 이사는 “세금 혜택이 분명 매력적이지만 오직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기업이 자리 잡으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몰린다”며 “세계 최고 기업들이 활동을 근거리에 접하고 우수 인재와 교류하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우수 인력을 언제든 창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더블린에 위치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웨이라`의 시몬 데번셔 매니저는 “글로벌 기업과의 교류가 벤처기업에게는 성장에 필요한 요소”라며 “우호적 창업 환경과 유망 벤처 등장으로 글로벌 기업 직원의 스타트업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도 벤처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선다. 케니 총리는 벤처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했다. 세율을 개정해도 최대 12.5% 상한을 둔다는 방침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