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비즈니스포럼2013]창업강국 생태계 조성

“벤처기업이 200조원의 삼성전자가 될 수는 없지만, 1조원짜리 200개 기업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강국 생태계 조성` 세션의 기조발제를 맡은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그동안 네이버, 다음, 휴맥스, 대덕전자, 다수 부품소재기업 등 수많은 1조기업 탄생을 지켜봤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는 스타트업기업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가 핀란드 경제에서 노키아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본다”며 “이는 로비오가 혼자만의 성장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창조경제, 벤처생태계에 대한 접근방식은 공허하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이 창조경제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창의적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규제·인력·기술 등 창업생태계 요소들은 세월의 흐름이 쌓여야 나오는데 이런 문제에 단기적으로 몰두하기 때문에 공허함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창업생태계는 결국 우리 모두가 써가는 것이며, 그런 하나하나의 조합이 만나 자연발생적으로 커가는 것”이라며 “람사스가 인정한 세계 최고의 우포늪을 위해 인간이 한 것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이택경 프리미어 대표는 “현재 창업환경은 너무 과열된 것 같지만, 투자할 기업은 많지 않다”며 “양은 늘었지만 질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에 근무하는 능력되는 사람이 나와 선수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관이 모두 나서 창업생태계 조성을 말하는데, 민관의 역할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며, 우리 창업생태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M&A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벤처생태계 뿐 아니라 대기업 스스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올라웍스를 창업, 인텔에 M&A시킨 류중희 인텔코리아 상무는 “많은 벤처가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며 “훌륭한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에 몰려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모두 단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아닌 최고의 기술기업”이라며 “왜 이런 문제들이 생겼는지를 고민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를 책임질 세계적인 벤처기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벤처기업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박수근 NBT파트너스 대표는 “창업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고 평가받지만, 핵심인력 채용, 정부규제, 대기업과의 경쟁, 서비스 고도화, 해외진출, 투자유치 등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고 밝혔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도 “벤처기업의 핵심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현재 오픈서베이 서비스는 이런 고객의 요구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택경 프리미어 대표는 “창업을 이야기하며 실리콘밸리 사례를 많이 얘기하는데, 한국은 미국과 다른 상황일 수 밖에 없다”며 “한국식 벤처생태계를 구축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