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매체 와이어드 기고가 프레드 보겔스타인의 저서에 따르면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이끈 아이폰 개발비는 1억5000만달러(약 1592억5500만원)다. 문을 연 직후 다운되더니 2주가 지났지만 온갖 기능이 말썽인 미국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HealthCare.gov)에는 최소 3억6000만달러(약 3822억 원)에서 최대 6억달러(약 6370억원)가 쓰였다고 전해진다. 민간과 공공의 IT 효율성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IT는 기업보다 왜 비효율적인가? 원인은 `전문가 부재`와 `구시대적 구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18/488164_20131018145147_890_T0001_55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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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은 `왜 정부 시스템은 형편없나`라는 기사에서 관료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가 실패작으로 꼽는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를 계기로 미국 정부의 IT가 기업보다 못한 이유를 파헤쳤다. 전문가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구매` 과정이다.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비전문가가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비벡 쿤드라 전 백악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국가 기관의 IT 리더십이 부족하면 무능한 방향으로 실행을 이끈다”고 비판한 취지와 같다. 쿤드라는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를 두고 “최신 기술이 어떻게 설치돼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리자가 여러 결정을 했다고 보인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 정부 IT 프로젝트처럼 건강보험 거래소 사이트도 IT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끌었다”고 꼬집었다.
더 근본적 문제는 기술을 사들이는 과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 입을 빌어 `구매`가 모든 실패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정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장애 요소를 넘고 구시대적 규제와 난잡한 요구들을 처리해야 하는가를 두고 이른 말이다. 예를 들어 IT업체는 정부 납품을 하려면 `Y2K 컴플라이언트`를 통과해야 한다. Y2K는 2000년에 나왔던 케케묵은 오류다.
한정된 구매 인력과 제한된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문제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너무 적은 수의 내부 인력이 대규모 IT 계약을 처리한다”며 “정부는 애플, 구글, 아마존처럼 시장에 완전히 문을 열고 마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 IT업체를 운영하는 클레이 존슨은 “작년의 기술과 올해의 기술에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 오늘날 정부가 구시대적 기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아이폰을 든 당신이 정부 부처에 걸어 들어갔는데 그들은 CRT 모니터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낮은 IT 효율성은 기술직 비중이 적고 소수 비전문 내부 인력이 외부 IT서비스 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정부의 IT 개발 성과가 부족한 가장 큰 두 가지 문제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