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스마트폰 유통 업체와 핀란드 게임 업체를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들여 연이어 인수했다. 일본 이동통신 업체에서 세계 스마트폰 토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브라이트스타 지분 50% 이상을 1조원 안팎에 샀다고 16일 보도했다.
브라이트스타는 1997년 설립한 마이애미 소재 스마트폰 유통 업체다.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제품을 사서 약 120개국 200여개 이통사에 공급한다. 대량 구매로 제품 단가를 내리는 도매상 역할이다. 연간 판매량은 8000만대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63억달러(약 6조7300억원) 수준이다.
소프트뱅크의 브라이트스타 인수는 가격 협상력 상승과 급증하는 아시아 지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포석이다. 아시아 국가 중소 이통사와의 협력을 끈끈하게 만들면서 스마트폰 공급 창구 자리를 굳히려는 전략이다. 자사와 지난 7월 인수한 미국 스프린트를 더해 1억명이 넘는 가입자에게도 스마트폰을 싸게 공급할 토대를 마련했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핀란드 게임 업체 슈퍼셀 지분 과반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창립 3년에 불과하지만 `크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흥행작을 앞세워 아이폰 게임 업체 중에는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매출 7835만유로(약 1130억원)에 영업이익 3921만유로(약 560억원)를 올렸는데 올해는 훨씬 높은 실적이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는 `퍼즐 앤 드래곤`으로 일약 일본 모바일 게임 업계 1위로 도약한 겅호를 자회사로 뒀다. 슈퍼셀은 서양, 겅호는 동양의 강자다. 양사의 개발력을 합쳐 시너지를 내고 공동 마케팅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소프트뱅크의 연이은 인수 배경을 일본 내 이동통신사에서 벗어나 세계 스마트폰 토털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포화 상태에 빠진 일본 시장의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 시장에 단말기와 콘텐츠를 공급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손정의 회장은 최근 결산 발표에서 “우리의 모바일 서비스 매출은 이미 미국 선두 버라이즌을 따라잡았다”고 밝히면서 세계 시장 도전 의지를 강조했다.
소프트뱅크의 행보는 빠르고 거침없지만 재무 부담도 커졌다. 스프린트 인수에 거액을 쓰면서 소프트뱅크 부채는 6조엔(약 64조9400억원)을 돌파했다. 브라이트스타와 슈퍼셀 인수에도 차입금을 썼다. 손 회장은 “이동통신 사업 진출 초기보다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지만 대규모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시드플래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보급은 15억5000만대다. 올해 22억대로 성장한 후 2017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인 43억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가 기대된다.
이동통신 관련 소프트뱅크 주요 M&A 사례
자료:니혼게이자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