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의 `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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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GS에너지가 에너지전문회사로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며 출범한지 2년이 흘렀지만 손에 잡히는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의 `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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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

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회사를 설립하고 7월 GS칼텍스로부터 가스·전력·자원개발 등 에너지사업을 인수하며 본격 출범한 GS에너지가 2년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영업이익은 자회사인 도시가스회사의 `동고하저` 패턴을 그대로 보이며 지난 2분기 적자 전환했다.

GS에너지는 GS그룹이 올해 여러 부문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고 지원했음에도 웅진케미칼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쟁사보다 약 500억원 적은 인수금액을 제시해 인수에 실패했다. GS그룹이 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를 인수하는 등 수처리 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어 국내 역삼투분리막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웅진케미칼 인수 불발이 더욱 아쉽다는 평가다.

석탄화력발전 부문을 보고 참여한 STX에너지 인수전도 LG와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지만 매각사인 오릭스의 입장 정리에 시간이 필요해 단시일 내 결정되기 힘들 전망이다.

남미 진출을 목표로 추진하던 브라질 정유공장 건설 사업도 무산됐다. 그나마 자원개발 부문에서 GS에너지 출범 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미국 두 개 지역 개발에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기존 GS칼텍스로부터 인수받은 아시아 네 개 광구를 포함해 총 여섯 개 광구 모두 생산량보다 개발비가 더 많이 소요되는 투자사업이다. 당분간은 벌 돈보다 쓸 돈이 더 많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얘기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내년에나 빛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GS에너지는 신 일본석유(JX NOE)와 합작으로 이차전지 소재인 음극재 공장을 준공하고 소프트 카본 계열 음극재를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에 일부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GS에너지가 추진하는 사업마다 결실을 내지 못하자 회사 내외부에서는 “나완배 부회장이 마음 고생이 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GS에너지 초대 대표이사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룹 오너인 허창수 회장이 나 부회장에게 언제까지 시간을 줄 것인지가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이 최근 모회사인 GS 주식을 매입해 허창수 회장에 이어 2대 주주 자리를 확고히 한 것도 나 부회장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의 대형 지주회사 GS에너지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려는 수순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S에너지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신규사업 투자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견상 실적 창출이 늦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2년간 내실을 잘 다진 만큼 내년부터 이차전지 부문 등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