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음식물처리기 시장, 지금부터 할 일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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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처리기 시장이 뜨겁다. 올해부터 시행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여파가 크다. 그 중심에는 주부들이 있다. 가사일 중에 제일 골칫거리가 음식물쓰레기 처리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의 양과 무게에 따라 비용이 더해지니 주머니 경제에 민감한 주부들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환경문제든 가계문제든 어떻게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다. 얼마만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처리할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주방가전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음식물처리기의 관심과 주목은 비단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뜬금없이 불쑥 튀어나온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란 얘기다.

5년 전, 음식물처리기는 그때도 지금처럼 `블루오션`으로 대접받았다. 2007년 시장규모는 2000억원을 돌파했고, 2008년에는 업계 추산 3000억원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제품의 기술,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소비자의 냉혹한 철퇴를 맞고 한순간에 무너졌다. 영세 업체들의 무분별한 난립과 판매, 환경 문제 인식 부재가 부른 결과였다. 이후 업계의 자정 노력과 환경에 대한 인식 고취로 기술 문제도 환경 정책도 개선되며 시장은 점차 정화됐다.

시장 혼탁의 주범이던 업체들은 떨어져 나갔고 죽은 시장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회사는 출혈을 감내하며 기술개발에 투자한 업체 몇 개 정도다. 놀라운 것은 모두 재정난이 녹록지 않은 중소기업, 엄밀히 말하면 소기업이란 점이다. 다행히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으로 시장은 호기를 맞았다. 이들에게는 사업 명분과 판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어찌 보면 사활을 건 재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돈이 되면 몰리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다. 음식물처리기 시장 역시 정부정책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자취를 감췄던 음성 제조업체와 판매업자들의 무분별하게 재등장하고 있다. 5년 전 음식물처리기 시장의 혼탁과 몰락을 상기시키는 아찔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정부의 강력한 계도와 감시활동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는 더 똑똑해졌고 구매판단에 대한 내성도 강해졌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환경정책과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더 똑똑한 제품 개발에 노력해야만 한다.

음식물처리기 업체 대부분이 자금력과 판로가 열악한 중소기업이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술개발이나 신제품 개발은 결코 쉬운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불법 제품의 제조나 편법 판매가 능사가 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대기업들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의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나 역시 지난 5년 동안 음식물처리기를 개발해온 개발자로서, 또 제조업체 대표로서 최근 시장의 활기를 체감한다. 제품 출시를 위해 그동안 많은 업체와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지금처럼 관심을 가져준 적은 드물다. 이 관심은 자금과 판로로 고민해 온 힘겨운 시간들과 그간의 무관심을 무색하게 한다.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분명 뜨거운 감자다. 블루오션은 기분 좋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시쳇말로 `봉`이 될 수는 없다. 한 철 장사로 한몫 벌려는 얄팍한 상술과 편법은 어렵게 되살아난 시장의 몰락을 자초하는 길밖에 안 된다. 진정한 블루오션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노력보다 지금부터 해야 할 노력이 더 많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협력,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어우러질 때 시장의 발전과 선순환 구조는 조기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업계는 5년 전 음식물처리기 시장 몰락이 가져다 준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음식물처리기 사업은 테마가 아닌 장기적 트렌드라는 인식과 이해를 같이해야 할 때다.

박노형 스핀즈이노베이션 대표 park@spin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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