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생활 속의 과학, 소통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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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만난 한 과학자의 하소연이다. 1년에 많아야 한, 두 번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데 일반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신하지만 일반인은 고사하고 그래도 전문가 축에 드는 미디어도 이를 모른다는 푸념이다. 그 때는 그냥 좀 더 쉽게 설명하라고 넘어갔지만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했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구구절절 언급하지 않더라도 과학 분야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된 사람이라면 한번쯤 느끼는 소회다. 과학하면 가장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분야라는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큰 화두다. 불통은 정치권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용어지만 과학계도 만만치 않다.

과학자와 일반인은 물론 같은 과학자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심지어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학은 일반인과 다른 별개 영역으로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게 미디어를 통해 연구 성과에서 개발 업적까지 다양한 과학 관련 소식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과학은 다른 세상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한 마디로 과학을 자신의 생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수 년 전부터 과학 대중화, 과학 생활화를 부르짖었지만 아직도 일반인이 느끼는 과학은 우리 삶과 별개로 `막연히 필요하다`는 당위성 수준이다. 삶의 원리와 생활의 지혜가 과학에 있고 일상의 궁금증을 과학으로 풀 수 있다는 데까지는 미치지 않는다.

생활 속에 과학이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소통의 문제다. 우스갯소리로 사용하는 주파수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언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이 너무 높다.

물론 과학자는 학술적인 성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수학과 기호, 전문 용어를 좋아한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난해하고 의미가 명확하지 않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통용되는 언어를 쓸 때 성과가 더욱 빛나는 부수적인 기대 효과도 있다. 그냥 전문가 사이에서 인정받으면 그만이라고 맘 편히 생각할 수 있다. 과학자 스스로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 보자. 이런 인식이 자꾸만 생활에서 과학이 멀어지는 이유다. 과학 분야가 `그들만의 리그`로 폄하되는 배경이다. 과학에 관심을 고취시키고 과학지식을 높이고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 못한 결과다. 과학자의 연구 개발 목적은 과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

생활 속에 과학을 뿌리 내리는 지름길은 과학자와 일반인의 소통이고 출발점은 언어다. 과학자가 쓰는 전문 언어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과학자 언어는 모두가 이해하고,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같은 주파수를 쓸 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통은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일반인이 외면한 과학은 영원히 우리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소통하지 못하는 과학은 결국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 과학, 출발은 소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