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로스 2.0 이젠 에너지 안보다]<28>한국전기안전공사

“찜질방도 그런 찜질방이 없을 겁니다. 오히려 야외 근무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난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의 냉방기와 공조기 가동을 전면 금지한 지난 13일 한국전기안전공사 인근에서 박철곤 사장을 만났다. 그의 손에는 대나무 부채가 들려 있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국민 안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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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전기안전공사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전기종합병원입니다. 전기 공급이 한전의 주요 업무라면 우리 공사는 전기안전과 점검, 설비 등 국민이 전기와 통(通)할 수 있게 돕는 손과 발입니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모습에서 국민을 향한 꾸밈없는 열정이 묻어났다.

-취임 2년을 맞았다. 그동안의 성과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나.

▲2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국민을 위해 공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 특히 직원의 시야를 넓힌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이제 직원들은 나에게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지 않는다. 수용가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성과 위주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내 일(My Work) 경영`으로 직원 스스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한 것도 큰 보람이다. 미래지향적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직원들에게 비전도 제시했다. 공사가 전기안전과 관련된 업무만을 하는 곳이 아닌 전력시장을 견인하는 조직을 만들려 노력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무선충전, 전기차 등 새로운 시장을 예측하고 안전기준기술을 만들고 표준을 제시해야 한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 성과에 따른 인사를 하고 보상을 진행했다. 낡은 관행과 높은 벽을 허무니 직원 스스로 일을 찾았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잘 되는 시스템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전기안전공사의 주된 역할과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국민 대부분은 전기안전공사가 한국전력의 계열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별개의 준정부기관이다.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한전이라면 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이 우리 공사다. 건설 분야에 시공과 감리가 분리돼 있는 것처럼 전기 공급을 제외한 사후관리는 모두 전기안전공사의 몫이다. 특히 전기 설비를 검사·점검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전기안전을 진단해 주고 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절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본부와 47개 지사, 직원 2700명 정도가 있다. 직원 90%가 지역본부와 지사에 나가 근무하고 있다.

-공사만의 안전 철학은 무엇인가.

▲전기안전 점검은 100%가 기본이다. 단 1%만 부족해도 생명과 재산을 담보할 수 없다. 공사는 전기안전뿐만 아니라 `모든 안전`을 강조한다. 직원이 안전수칙 위반이나 직무유기를 할 때 예외 없이 엄격한 규정으로 조치한다. 공사 직원에게 안전은 이미 일상화돼 있다. 하지만 사고 위험은 항상 익숙함과 타성에서 비롯된다. 취임 이후 안전사고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켰다. 또 `사후복구`보다 `사전예방`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업무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내고 있다. 현장 중심 시각과 경험을 갖추고자 취임 초 모든 간부에게 `불시에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예방 중심 안전관리는 `대기 중`이 아닌 `점검 중` 상황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즉시 조치할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사후에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민이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설비할 수 있도록 제도나 기술을 바꿔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건강검진을 실시하면서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 발생 요소를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공사의 안전 철학이다.

-취임 이후 줄곧 에너지복지를 강조했다. 전기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소외계층 지원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한 에너지복지 업무를 소개해 달라.

▲공사는 지난 2005년부터 `전기안전 사각지대 해소` 그린홈·그린타운 공헌사업을 진행해왔다. 지금도 전국 60개 사업장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65개 마을 185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특히 쪽방촌 전기설비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시 빈곤층 홀몸가구가 많은 쪽방촌을 대상으로 노후·불량 전기설비를 개선해 주고 낡은 벽지나 장판 등을 교체해 주는 공익사업이다.

시행 첫 해인 올해 영등포 등 1690개 시설을 우선사업 대상으로 하고 내년부터 2000개소 이상 확대,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쪽방촌 개선사업은 안전복지 일류국가를 향한 공사와 국민의 약속이다. 앞으로도 전기안전에 있어서만큼은 빈부 격차 없이 국민 모두가 균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전기안전 긴급출동서비스인 `스피드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소방서에 119가 있다면 국민의 전기안전 119는 `스피드콜`이다. 지금까지 수십만여건의 출동서비스를 했다. 사업 규모를 금액으로 추산할 수는 없지만 연간 43억원의 국민 안전비용을 경감한 것으로 판단한다.

-공사는 지난해 전기안전 기술을 수출하는 등 해외사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UAE나 에티오피아·방글라데시 등에 한국형 전기안전 기술이 투입돼 많이 쓰이고 있다. 전기안전과 관련해서 후진국과 개도국에 한국형 모델을 전파해도 좋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 우리의 기술과 인프라를 이용해 `전기안전 한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월 두바이에 해외사무소를 개설했다. 세계무대 진출 교두보다. 공사는 해외 전기안전 사업자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시험비용과 원가절감 경쟁력이 높다. 그동안 세계 32개 국가 건설현장과 산업시설에 직원 파견과 기술지원을 해왔다. 최근에는 오만과 사우디에서 발전설비, 석유화학 플랜트 여섯 곳을 대상으로 준공시운전 시험을 수행 중이다.

국내 건설사와 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건설 현장에 진출하면 우리 기업과 동반성장이 가능해진다. 공사 수익 창출은 덤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은 전기안전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이 시스템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공사는 앞으로 해외엔지니어링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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