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청계천을 가보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사실 별 볼거리는 없지만, 도시에서 그만한 휴식공간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그림 전시나 등축제 같은 것을 하지만 그것도 그 때뿐이다.
그런데 청계천 한쪽 벽 100m쯤 전부 디스플레이로 돼 있으면 어떨까. 그 스크린에서 여름 시즌에는 바닷가 풍경을 보여주면 어떨까? 폭이 100m가 넘는 파도가 몰려오는 모습을 UHD로 보여주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피서를 가지 못한 시민들에게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 오는 날에는 조용한 산사의 앞뜰 풍경을 보여주면 도심 한복판에서 마치 그곳을 거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우사인 볼트가 조금 천천히 뛰게 만들고 그 선수를 따라잡는 사람들에게 상금을 주는 내기를 해보면 어떨까. 긴 스크린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 같이 온라인 게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연인들이 사랑고백을 할 때 스크린에서 꽃비를 내려주면 성공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사람들의 호응과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스크린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더욱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실내나 실외에서 정보나 광고를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것을 디지털 사이니지라고 한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에서 새로운 광고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텔레스크린이라고 부른다. 정보제공자가 멀리서도 스크린을 제어할 수 있고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사용자와의 양방향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비즈니스 모델은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군데군데 상스럽지 않은 광고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그 효과는 매우 높을 것이다. 특히 집 안의 TV에서 볼 수 없는 100m짜리 초대형 광고를 청계천에서만 볼 수 있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도 있다.
초대형 텔레스크린이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들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수많은 젊은이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스스로 올릴 것이고 이것으로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 산업을 진흥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좋은 예가 아니겠는가.
이제 이 스크린을 작게 만들어 빌딩에 다닥다닥 붙은 간판으로 옮겨 가져가 보자. 우리나라 간판들은 대다수가 어지럽게 붙여 놓아 건물 그 자체의 아름다음을 훼손하는 때가 많다. 간판을 전부 스크린으로 바꾼 뒤 전 세계에 체인점을 가진 글로벌 커피 회사를 광고주로 유치한다. 이런 스크린이 각국에 설치된다면 지구촌 모든 광고 내용을 동시에 바꿀 수도 있다.
이 스크린을 손님의 눈높이에 맞춰 식당에 설치하면 한번 온 손님을 주인이 금세 다시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손님이 즐겨 찾는 음식도 알아서 척척 내놓을 수 있다. 식당이 옷가게로 바뀌더라도 지금처럼 간판을 다시 뜯어내고 새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간판의 콘텐츠만 옷가게가 필요한 것으로 바꾸면 된다.
달리는 버스, 도로표지판, 130층짜리 빌딩 외벽 등 평평하게 보이는 모든 면이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아직 100m짜리 초대형 텔레스크린은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위협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지자체나 구청들이 관장하고 있는 옥외광고물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 미래부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광고 육성 전략에 따라 관련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 텔레스크린으로 구현되는 스마트 광고야말로 SW와 콘텐츠로 하드웨어인 디스플레이 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
박세영 미래창조과학부 PM seyoung@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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