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미래부 꼬인 매듭 푸는 법

요즘 대덕연구단지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미래부 건물 옥상에 있는 재떨이의 반을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담배꽁초로 채운다는 얘기다.

최 장관은 ETRI 원장시절이나 이후 KAIST 교수로 돌아가서도 연신 담배를 곁에 두고 지냈다. 주위에서는 최 장관의 고민과 흡연량이 비례한다고들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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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장관은 쉬 지나가는 법이 없다. 손 크기가 `솥뚜껑`만 한 장군의 모습과는 달리 과학기술자의 합리성과 순진함, 세심함을 함께 갖고 있다.

때로는 설익은 정책이 알려져 입질에 오르는 걸 피하려다 되레 `존재감` 여부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8월로 취임한 지 100일이 갓 지났다.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과학벨트 논란과 기술사업화 추진, 출연연과 연구개발진흥재단 미션 재정립, 기술이전조직(TLO) 통합, 기술지주회사 설립, 중기지원 등 참 많다.

전부가 골치 아픈 일들이지만 해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염홍철 대전광역시장이 가끔씩 쓰는 단어인 `로직(논리)`을 세워 본질을 바라보면 의외로 쉽게 길이 보인다. 곁가지는 쳐내고 핵심을 단순화하는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된 과학벨트부터 보자. 내막은 예산 부족에서 비롯됐다. 미래부와 대전시는 벨트 예산을 따는 데 역부족이고 벨트 조성은 해야겠고…. 그 와중에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엑스포과학공원 이전이 추진되며 벌어진 일이다.

답은 간단하다. 민주당과 시민단체에 예산확보 총대를 메달라고 지원요청하면 된다. 잘되면 더 없이 좋고 지지부진하면 자연스레 현실론이 부상할 것이다.

기술사업화 문제도 답이 있다. R&D 성과물의 기술이전 착수료를 대폭 깎고, 대신 러닝로열티를 그 폭만큼 올려보자. 당장은 정부나 연구원 수익이 줄지 몰라도 나중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착수료 비용이 낮아지면 실수요자 이전 요청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러닝로열티 수익으로만 따져 0%에 가까운 실질 상용화율도 급증할 것이다.

`기술사업화`가 기관 미션이지만 늘 존재감 없이 지내는 연구개발진흥재단 문제도 간단하다. 우선 여론대로 기관장을 민간에서 뽑아야 현장감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 다음 각 출연연이 보유한 TLO 인력을 대거 파견 받아 200명 이상의 조직으로 키우면 된다. 기술지주회사도 재단 산하에 둬 운영하면 된다.

재단은 그동안 출연연을 향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낸다고 내왔다. 하지만 돈 없는 미약한 조직 얘기에 힘이 실릴 리가 없다. 10년 넘게 출연연에 늘 끌려만 다녔다.

미래부 예산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에도 해법이 있다. R&D 예산 1조원 이상을 줄이는 방법이다.

정부 R&D 과제 발주 때 응모자 제안서(RFP)에 장비 공동이용 계획을 담아오면 10%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아마도 모든 지원자가 가산점을 받으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장비를 발로 찾아 공동이용계획을 써 낼 것이 자명하다.

올해 국가 R&D 총예산은 16조9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건비와 연구비가 60%, 장비구입예산이 30% 정도 된다. 30%면 대략 5조원이고, 장비구입비 10%만 줄여도 5000억원이다. 중복 기자재와 과제가 끝난 뒤 활용하지 않는 장비가 80%나 되는 현실이고 보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예산이 추가 확보되면 더 많은 일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