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입지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선다.
이에 따라 2년여 넘게 답보 상태에 놓여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시는 3일 정부과천청사 미래부 장관실에서 과학벨트 핵심 연구시설인 IBS 설립 장소를 엑스포과학공원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조성 및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지난달 8일 미래부가 IBS를 엑스포과학공원에 입주시키는 방안을 대전시에 공식 제안한 지 한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IBS는 당초 과학벨트 입지로 확정된 대전 둔곡지구에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부지 매입비 부담 여부 등을 둘러싸고 그동안 정부와 대전시가 치열한 공방을 벌여 왔다.
정부는 2011년 5월 대전 신동·둔곡지구를 과학벨트 거점 지구로 확정하고, 과학벨트에 기초과학연구 중심 시설인 IBS와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2년여 넘게 사실상 사업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협약 체결로 미래부는 대전시가 제시한 4대 원칙(과학벨트 면적 축소 불가, 부지 매입비 전액 국고 부담, 창조경제 핵심 시설 조성 지원,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 방안)을 모두 수용했다.
미래부는 우선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지정·고시된 신동·둔곡지구 전체 면적은 그대로 유지하되 종전 IBS 부지는 산업용지 등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거점지구 토지 이용 계획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전시가 제시한 엑스포과학공원내 사이언스센터 건립 방안은 수용하되 국비 지원 규모는 시설 규모의 적정성을 고려해 대전시 제안액(1000억원)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줄였다.
미래부는 이와는 별도로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을 위한 정주 환경 인프라 구축, 벤처·창업 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 등 추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대전시와 공동으로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대덕특구의 부족한 창조경제 생태 환경을 보완해나가기로 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대덕특구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최적지”라며 “합의 사항을 신속히 이행해 과학벨트 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는 물론 대덕특구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조성해 국가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번 협약으로 대덕특구가 국정 핵심과제인 창조경제 실현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답보상태인 과학벨트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지난 20년간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엑스포과학공원이 창조경제 중심지로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협약 체결로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IBS가 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20여년간 사실상 방치된 엑스포과학공원이 정부의 특구개발계획 수립과 재정 투자로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덕특구내 부족한 산업용지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둔곡지구의 IBS 조성 예정지 16만평을 산업용지로 조성해 첨단 기업 유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 정부가 대덕특구를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조성하면 벤처창업이 촉진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대전지역 발전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전시와 미래부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과학벨트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늦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중이온 가속기 구축 사업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야당 측과 유성구, 시민단체 등이 과학벨트 원안 고수 방침을 밝히고 있어 여론 향배에도 촉각이 모아졌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일단 이번 협약으로 과학벨트 조성 사업의 물꼬는 트게 됐다”면서도 “중이온 가속기 설치 관련 예산이 내년에 꼭 반영돼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4일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등 중앙 당직자, 대전시당 위원장 등 30여명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성공 추진과 대덕특구의 창조경제전진기지화를 지원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 이들은 이어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신동·둔곡지구를 방문, IBS 가속기 사업경과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