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의 해외 기술자·창업가 모시기 경쟁이 불붙었다. 유리한 비자 발급은 물론이고 세금을 비롯해 각종 혜택을 내걸었다. 해외 고급 인력의 힘을 빌어 `제2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9일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을 필두로 프랑스·캐나다·호주·영국·아일랜드·칠레 정부가 비자와 세금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해외 창업가·기술자들에 러브콜을 보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빠져나오는 고급 인력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대학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의 이민 창업가 수는 지난해 2005년 대비 8.5% 줄었다.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는 올해 비자 정책을 크게 손질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파리에서 300명의 창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창업가 비자(entrepreneurs visa)`를 만들고 해외 창업가들이 프랑스에서 혁신적 스타트업을 설립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세금 감면 정책을 포함해 내년부터 시행할 새 비자 조항 마련에 한창이다.
캐나다는 올해부터 창업가와 가족이 수 개월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 비자(Start up visa)`를 발급한다. 향후 5년 간 연 2750개 비자를 발급하고 각종 감세와 복지 혜택을 추가로 준다. 설령 회사가 실패해도 내쫓지 않는다는 보장까지 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더 많은 실패가 사업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영민한 인재를 모으려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 의회는 기술자 커뮤니티로 이뤄진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메디슨 프로젝트`를 시작해 이들에게 필요한 법 조항을 만들 수 있는 통로도 넓혔다. 제이슨 캐니 이민·다문화장관은 “스타트업 비자는 캐나다를 세계에서 가장 창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캐나다 벤처 투자사 혹은 엔젤투자자로부터 일정 금액 이상 투자를 받은 기업이면 신청 가능하다.
호주와 영국도 유사하다. 호주는 호주 벤처 투자사로부터 100만호주달러(약 10억5600만원) 지원을 받은 해외 기업인에게 `그린카드` 비자를 내준다. 그린카드는 호주에서 일하는 해외 근로자들에 영주권을 주는 취업비자다. 영국은 5만파운드(약 8675만원)의 벤처 투자를 받으면 임시 비자를 준다.
자금 지원도 줄 잇는다. 칠레는 `스타트업 칠레` 경진 대회를 통해 수도 산티아고에서 IT사업을 시작하려는 해외 창업가들에게 4만달러(약 4447만6000원)의 초기 투입 자본을 지원한다. 올 상반기에도 약 100개 기업을 선정했다.
앞서 미국 의회는 전문직 비자인 H-1B 비자 발급 제한을 늘려 고학력 기술자를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하는 이민법 개혁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비자 제한을 연간 6만5000개에서 수년 내 최대 18만개까지 늘려 1100만명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주고 장기적으로 1000만명 이상 고학력 기술자를 불러 모으겠단 계획이다. 고학력 기술자를 특별 우대하는 포인트 제도 조항 신설도 추진 중이다. 2015년 4월부터 W-비자를 줘서 단계적으로 최대 20만명까지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정착케 한다.
서방권 국가의 고강도 고급 인력 흡수 정책으로 아시아 지역의 중국과 인도 및 한국 고급 인력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의 창업·기술자 비자 확대 추이
자료:외신 종합
![세계는 지금 `해외 기술자` 모시기 경쟁…미국 이어 프랑스·캐나다·영국도](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6/07/437977_20130607174153_098_T0001_550.png)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