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뉴스스탠드, 그 후…

매일 아침 출근하면 내 메일함에는 숫자로 빽빽이 채워진 메일 한 통이 어김없이 배달돼 있다. 온라인뉴스팀에서 보낸 일일 트래픽 결과다. 전날 전자신문 홈페이지에 들른 이용자 수, 순방문자(UV), 페이지뷰(PV) 등을 기록한 것을 하루 단위 또는 주간 단위로 집계하고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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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이야 일일 트래픽을 점검하고 분석하는 일이 본연의 업무겠지만 이 숫자를 신문을 만드는 오프라인 데스크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지난 4월 1일부터 네이버가 뉴스스탠드를 전면 도입하면서부터다. 네이버가 `인터넷 포식자` `뉴스 생태계 파괴자`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내놓은 새 서비스였지만 며칠 가지 않아 대한민국 언론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긴급대책 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뉴스스탠드는 말 그대로 뉴스가판대다. 신문을 가판대에서 골라 사듯 이용자가 뉴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네이버 초기 화면에서 원하는 언론사를 설정하는 서비스다. 이렇게 하면 매체별 특성을 살린 양질의 콘텐츠가 전진배치돼 `충격 고로케(http://hot.coroke.net)`로 압축되는 온라인 뉴스 시장의 왜곡된 유통 현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고, 예상은 처절하게 빗나갔다. 종합일간지에서부터 방송사할 것 없이 일일 방문수와 트래픽이 공히 평균 60~70%가 빠져나갔다. 임직원 가족, 독자, 취재원까지 총동원해 `마이(My) 언론` 설정 캠페인을 벌인 매체도 있었지만 효과는 극미했다.

네이버가 골라서 뿌려주는 뉴스에 습관이 된 이용자들은 굳이 설정한 매체를 보기 위해 로그인을 하거나 수차례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이는 두 달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예 뉴스를 보지 않게 됐다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에 네이버가 독자적으로 제공하는 `네이버뉴스`의 트래픽은 되레 증가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각 매체 온라인 뉴스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 시장은 끝났다” “네이버가 생태계 개선이 아니라 붕괴를 자초했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이 모든 것이 말 많고 탈 많은 언론사들을 꼬드겨 밀어내기 위한 네이버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웃지못할 `음모론`도 제기됐다.

아까운 지면을 빌어 이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독자에게 언론사의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애걸하기 위함이 아니다. 또 네이버를 일방적으로 폄훼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차제에 왜곡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포털과 언론과의 관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나름의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제 네이버도 미디어다. 대한민국 미디어 중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다. 그렇다면 미디어로서의 소명감과 책임감도 함께 짊어져야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포식자로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오류를 범할 것인가.

네이버에 다시 한 번 되묻고 싶다. 뉴스스탠드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는가.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고 있지는 않는가. 언론사와 정말 상생의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가.


정지연 국장석 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