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텐데...” 다음달 4일 취임 100일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아쉬움과 소회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오찬을 함께 하며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며 “5년을 이끌 기본 틀을 만들고, 또 북한 문제도 있고 해서 신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 출발이 늦다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개성공단 잠정폐쇄 당시 북한과 미수금 협상 등을 위해 마지막 7명이 북측에 남아있을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불안했던 심정도 털어놓았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7명의 국민 안위를 위해 얼마나 조마조마했나.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서 더 그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제일 먼저 `이 7명 국민의 안위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조마조마하며 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아주 긴박했던 순간은 참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국민도 거기 가서 일할 때 `합의는 지켜진다` 해서 안심하고 일을 하고 투자도 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업주들이 무슨 죄인인가”라며 “계속 조마조마하게 하고,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가 나서서 미수금 전달하고, 끝까지 우리 국민 다칠까봐 조마조마해서 빼내도록 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하순 한중 정상회담 의제를 묻자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 한다”며 “양국간 더 큰 발전과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고, 북핵 문제는 중국 역할이 크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공동 관심사를 나누다보면 서로 이해하고 비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철학가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좋은 책이라고 한 이유를 묻자 “어려운 시절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역시 그때 읽은 책들이 기억이 많이 난다”며 “중국철학사는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이며 다른 사람에게 읽으라고 권하기도 많이 권한다”고 답했다.
이어 “책을 읽고 (중요한 것들을) 노트에 메모를 해 놓는데 나중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니까 나도 모르게 `이거 내가 실천하고 있는거잖아`하고 깨닫게 됐다”며 “나 자신도 모르게 적어만 놓았을 뿐인데 내 스스로의 생각이 결합이돼서 나도 모르게 실천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하려 하는데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계속 그랬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