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어드밴스트 배터리 콘퍼런스]이차전지 시장, ESS·EV용으로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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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이 IT제품 위주 소형전지에서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중대형 배터리 중심 시장 전환이 기존 소형전지 분야 1위인 국내 업계에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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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어드밴스트 배터리 콘퍼런스`가 29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29일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이슈를 분석하고 시장 정보를 공유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코리아 어드밴스트 배터리 콘퍼런스(Korea Advanced Battery Conference)`가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콘퍼런스는 중대형 중심 이차전지를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하고 해외 시장을 선점해 지금의 세계적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데 참여자 모두 입을 모았다. ESS와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이차전지 소재 개발부터 삼성SDI와 LG화학의 중대형 시장 공략 방안과 중국의 이차전지 시장 전략이 발표됐다. 중국과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GS에너지의 차세대 전지재료 기술도 공개됐다.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은 또 다른 기회

세계 리튬이온 이차전지 생산능력은 2011년 58억만셀에서 2012년 65억만셀로 12.1% 증가했지만 실제 출하량은 2011년 45억만셀에서 2012년 49억만셀로 전년 대비 8.5% 성장에 그쳤다. 소형전지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결과로 생산설비 과잉 투자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 원통형 전지 출하량은 2011년 17억만셀에서 2012년 16억만셀로 -7.1% 역성장하면서 가동률이 73.5%에서 67.8%로 감소했다. 업체별로 남는 생산시설을 해결하려 전동공구나 전기자전거용 배터리 대체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과다 가격경쟁으로 마진율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중대형 시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홍유식 SNE리서치 상무는 “가파른 성장 예측과 달리 전기차·ESS 등의 시장은 더디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세계 시장은 ESS와 전기차용 배터리가 주도할 것”이라며 “중대형 배터리 분야는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양산공급 능력과 기업의 요구원가 수준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한 선투자 기업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 등 신흥 ESS 시장 주목

중국과 러시아 등이 세계 ESS 성장을 주도할 신흥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일본 ESS 시장은 민간까지 확대되면서 시장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전력피크 억제 이슈와 독립형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이 늘면서 ESS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몽골리안, 신장, 하이난 세 곳에 산학연 공동으로 대규모 `신재생+ESS`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리튬인산철과 레독스 플로우 이차전지를 채택한 ESS와 대규모 태양광·풍력발전까지 연계한 사업이 한창이다. 향후 5년간 지금의 46GW 풍력발전을 150GW로, 태양광도 1.1GW에서 35GW로 증축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ESS가 신재생에너지 전력계통형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또 중국은 최근 러시아 국가 전력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중국 리센 등과 함께 대규모 ESS 구축 사업을 준비 중이다. 중국의 배터리 기술과 ESS 구축 경험이 러시아 시장으로 확대된다.

김재웅 리센 부사장은 “전력부족 사태로 중국과 러시아가 대규모 전력계통형 ESS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는 러시아 ESS 시장이 중국보다 최소 갑절 이상 클 것으로 기대해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형 이차전지 시장은 전기차보다 ESS가 앞으로 2~3년은 시장을 견인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S에너지는 국내 처음으로 고출력의 순간 충전 특성을 지닌 전기차용 음극제인 `소프트 카본`을 양산해 LG화학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일본 히타치화학 등 수입에 의존해온 소재를 경쟁력있는 국산품으로 대체한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2014년 이후부터 활기

세계 전기차 시장이 쉽게 열리고 있지 않은 가운데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10여종의 전기차가 시장에 선보인다. 그동안 눈치만 보던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러모터스의 `모델S`나 닛산 `리프` 등 전기차 시장을 주시하면서 비로소 과감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는 `쉐보레 볼트(GM)` `리프(닛산)` `아이비브(미쓰비시)` 등이 전기차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 상반기 `조에(르노)`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라브4(도요타)` `플루언스ZE(르노)` `스파크EV(GM)` 등이, 내년에는 `쏘울EV(현대)` `I3(BMW)` 등 전기차 10여종이 시장에 쏟아진다.

이에 발 맞춰 LG화학은 국내 오창 공장에서 생산해온 쉐보레 볼트용 배터리를 미국 홀랜드 공장에서 전담 생산한다. 오창 공장은 르노·포드·현대기아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배터리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는 쉐보레 볼트와 지난 4월 출시한 르노 조에 판매가 늘어남에 따른 것이다. 미국 포드의 전기차 `포커스(Focus)`와 중국 볼보, 장안기차, 제일기차 등 10여개 업체에도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김명환 LG화학 부사장은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지만 올해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면서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2020년 순수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와 PHEV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보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이 보인다.

중국의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서 ESS는 실증사업에서 수출로 이어지고 전기차용 배터리는 전기자전거와 전기버스 중심으로 민간시장까지 열릴 태세다.

중국 정부는 몽골리안, 신장, 하이난 세 곳에 대규모의 `신재생+ESS`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 5년간 지금의 46GW의 풍력발전을 150GW로, 태양광도 1.1GW에서 35GW 증축한다. 수십 GW급 ESS가 신재생에너지 전력계통형으로 활용된다. 특히 리튬인산철 이차전지는 물론이고 레독스 플로우까지 실증사업에 참여하면서 차세대 이차전지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중국의 실증 경험은 민간 배터리 업체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국 리센은 러시아 전력난 해소를 위한 대규모 ESS 구축사업에 참여를 앞두고 있다.

전기차용 중대형 시장에서도 발 빠른 시장 확대가 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선전, 칭다오,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 전기버스를 운행한다. 개인 소유 전기차 시장보다 공용 교통수단으로 전기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하는 전기 자전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자전거 생산 규모는 연간 3000만대에 달하며 그 중 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한 자전거는 10% 내외로 대부분 납축전지와 리튬인산철 이차전지를 채용했다. 이에 향후 이차전지 업계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