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공장 해외이전도 불사"…정부도 충분히 공감 밝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싶어도 저희 같은 기업은 첨단 분야여서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개정 유해물질관리법(유해법)에 대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 말이다. 공장 해외이전 시에는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도 막막하지만 영업이익률이 2~3%인 중소기업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법 개정 과정에서 `누더기`가 됐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산업계가 보는 개정 유해법은 감당하기엔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사업장별로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사고발생 시 정확한 과징금 부과 금액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최고인 5%를 기준으로 볼 때는 상당한 수준이다.

사업장을 국내외에 여러 개 보유한 대기업은 사업장별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사업장 매출액`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는 많게는 1조원이 넘는다. 매출 1000억원인 중소기업도 단일 사업장이라면 과징금이 25억원에 이를 수 있다. 영업이익률이 2.5%라면 한 번의 과오로 1년치 영업이익이 날아가는 셈이다.

업계는 급하게 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사법과의 조율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중 규제` 사례다. 예컨대 취급시설과 관련된 유해법 24~26조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기업들은 작업장 안전관리를 강화했거나 강화 중인 상황에서 개정 유해법을 따르게 되면 이중 관리나 추가 시설투자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학물질 관련법이 환경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에도 있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화학물질 관련법이 부처별로 여럿 존재해 매우 혼란스러워 한다.

27일 개최되는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정부-경제 5단체 간담회`에 대한 볼멘소리도 들린다. 취지는 공감하고 필요한 자리지만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실무선에서 제외할 것은 미리 제외하고 사안을 정해야 했는데 그 작업이 충분치 못했다”고 말했다. 내부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정부 간담회 개최 계획은 이달 21~22일 사이 전달된 것으로 파악된다. 간담회에는 안전행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고용노동부 장관과 경제 5단체장이 참석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환경부는 `화학물질 안전관리를위한 정부-산업계 협력방안`을 발표하고 경제단체장과 토론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정부도 법 통과 과정에서 업계와의 충분한 교감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화학물질관리법은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한 법이 아닌데 초점을 과징금에 맞추고 있다”며 “유해화학물질 유출을 막기 위한 취지가 큰 만큼 기업 의사를 반영해 합리적인 선에서 법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도 산업계 의견을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 개정 시에는 환경부와 사전 의사소통이 부족했지만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 법안 과징금이 5% 이하로 규정돼 있는 만큼 시행령에서 부여될 위반항목별 과징금 비율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라며 “기업이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은 계속하되 사고 발생 시 합리적인 처벌 기준을 만들도록 관계부처,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표】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 경과

산업계 "공장 해외이전도 불사"…정부도 충분히 공감 밝혀

김준배·이호준·조정형기자 j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