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반복되는 전력피크 올 여름이 최대 위기

블랙아웃 공포, IT로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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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반복되는 전력피크 올 여름이 최대 위기

때이른 무더위에 전력당국이 비상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부터 계획예방정비 중이던 발전소에 가동 명령을 내리면서 공급능력 확대에 나선다. 본격적인 전력 여름나기 채비가 시작됐다. 몇 해 전부터 여름과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전력수급 위기는 겪고 있지만 올 여름은 그 긴장감이 남다르다. 갈수록 전력사용량은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급능력은 물론 수요관리 여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력 업계가 유독 이번 여름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데는 그동안 기상이변 주력 발전설비 고장 등 만약으로만 가정하던 악재들이 겹치면서다. 당장 이달부터 기습 더위가 찾아오면서 전력수급은 경보 전 단계인 `준비`를 오르내리고 있다. 전력수급단계는 예비력에 따라 △400만㎾이상~450만㎾미만 `준비` △300만㎾이상~400만㎾미만 `관심` △200만㎾이상~300만㎾미만 `주의` △100만㎾이상~200만㎾미만은 `경계` △100만㎾미만 `심각`의 5단계로 나뉜다.

우선 전력사용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상상황에서부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상청은 다음달에도 남서기류 유입에 따른 기습 더위가 찾아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연이은 무더위가 예고되어 있다.

공급능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그동안 국가 전력수급의 맏형 노릇을 해왔던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지가 치명적이다. 지난주 계획예방정비를 완료한 한울원전(구 울진) 2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8기의 원전이 멈춰있다. 설비규모로는 700만㎾ 정도로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되는 예비력 수준보다 많다.

원전의 가동 중지는 전력계통 안정성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 석탄과 LNG 등 다른 발전소들은 정비 완료 후 일정대로 가동이 가능하지만 원전은 별도 승인절차가 있어 정확한 가동 일시를 담보하기 힘들다. 한울원전 2호기도 계획예방정비 일정이 이미 끝났음에도 지난주에서야 가동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원전 1호기와 원자로 제어봉 안내관이 균열된 영광원전 3호기, 증기발생기 교체 중인 울진원전 4호기는 이번 여름에도 가동이 불투명하다.

사실상 올 여름에도 보조금으로 기업들의 절전행동을 유도하는 수요관리나 규제에 기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치상 전망으로는 이미 정전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건설되어 있는 발전소의 용량을 모두 합칠 경우 공급능력은 총 8300만㎾다. 반면 올 여름 최대 전력사용량은 8000만㎾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예비력 300만㎾로 전력수급 `주의`단계에 해당하지만 여름 가동이 불투명한 3개의 원전 용량을 제외하면 남는 전력은 제로에 가깝다. 2011년 9월 15일의 순환정전과 같은 사태를 염두 할 수밖에 없다.

무사히 여름을 넘겨도 전력수급 고비는 계속될 전망이다. 사뭇 달라진 4계절에 봄과 가을의 기간이 짧아지면서 발전소 정비를 위한 시간도 촉박해지고 있다. 기상청은 올 가을까지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전력당국은 정비와 수급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할 판이다.

2014년부터 신규 원전이 전력공급에 동원되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지금으로서는 확답할 수 없는 처지다. 발전소 및 송전탑 등 전원설비 공사에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공급확대 일변도의 전력수급 정책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력부족시 긴급수혈 역할을 해오던 수요관리시장도 종전과 같은 절전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제공해 오던 절전 지원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도한 비용 지출과 일부 대기업에 지원이 쏠리는 형평성에 문제를 들어 절전 규제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전력 전문가들은 공급이 아닌 수요에서 묘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급력 확대에 제약 조건이 많아 전력사용량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만큼 사용자들의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이 수요조절을 통해 절감한 전력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전소와 에너지 절약을 같은 자원으로 보고 이를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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