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 업계가 자국 내 고급 백색가전 생산을 늘린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급 백색가전은 수익성이 높아 일본 전자 업계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시바와 파나소닉, 미쓰비시전기 등이 백색가전을 증산했다.
도시바는 올해 니이가타현 소재 공장에서 전기밥솥 월 2만7500대, 다리미 월 1만1000대를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모두 10% 정도 증산한 수치다. 전기밥솥은 4만~8만엔(약 44만~88만원), 다리미는 1만~2만엔(약 11만원~22만원)의 고급 제품이다.
파나소닉은 전기밥솥 생산량을 늘린다. 올해 효고현에 있는 공장에서 전년 대비 5% 정도 더 만드는데, 고급 제품은 25% 많은 10만대 출하 계획을 잡았다. 미쓰비시전기는 시즈오카현 공장에서 10만엔(약 110만원) 이상 냉장고 생산을 확대한다. 증산 규모는 월 5%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고급 백색가전 증산 배경을 이익률에서 찾았다. 디지털가전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떨어지는 반면에 백색가전은 안정적이다. 만성 적자 TV와 효자 품목 백색가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색가전은 생산비 때문에 대개 해외로 이전했지만 고급제품은 일본 내에서 만든다.
외식보다 집에서 밥을 짓는 분위기 확산도 고급 백색가전 수요를 끌어냈다. 시장조사업체 GfK재팬 조사를 보면 전자양판점에서 4만엔 이상 고급 전기밥솥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냉장고 역시 400리터 이상 대형 제품이 1년 전보다 7% 더 팔렸다. GfK재팬은 “소비자의 고급 백색가전 구매 욕구가 서서히 높아진다”고 밝혔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와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 조사를 종합하면 지난해 일본 백색가전 출하액은 2조2000억엔(약 24조1300억원)이다. 디지털가전은 1조6000억엔(17조5500억원)에 그쳤다. 10년 만에 백색가전이 디지털가전을 뛰어넘는 `백흑역전(白黑逆轉)`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