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대신하는 소프트웨어 등장

소프트웨어(SW)가 변호사를 대신하는 세상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법무부가 인간 대 기계의 법률 서류 검토 능력 대결에서 기계의 손을 들어줬다고 7일 보도했다.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의 멕시코 최대 맥주회사 `그루포 모델로` 인수합병 검토를 맡은 미국 법무부는 정부에 제출할 서류를 가려내는 일을 변호인단 대신 SW에 맡겨도 좋다고 승인했다.

대기업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전자 문서 수백만 건을 검토해야 할 때가 많다. 지난 십여 년 동안 미국에서는 시급 25~40달러를 주고 계약직 변호사 여러 명을 고용해 이 일을 맡기는 게 관례였다. 서류 하나당 검토 비용 1달러 이상이 의뢰인에게 청구된다.

사건을 담당한 워렌 로스보로 변호사는 “전통적 방식으로 서류를 검토할 때보다 비용이 50% 덜 들었다”며 “검토 비용만 대개 300만~500만달러인데 이번에는 100만~200만달러가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SW는 특정한 개념을 검색하도록 훈련시켜서 서류 수백 건을 한꺼번에 검토한다. 이번 승인으로 소송비 절감을 원하는 기업들이 더 다양한 종류의 `SW 변호사`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를 비롯한 다른 정부 부처도 사안에 따라 차별적으로 `예측코딩`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널리 보급되진 않았지만 각종 민사사건에서 이 기술로 승소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변호사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변호사는 “SW가 작업을 대신하면 서류검토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기회를 잃을 수 있으며 현재 기술 수준이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파악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며 “뉘앙스를 파악할 인력을 채용하려면 인건비가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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