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정 구조 변화, 생활가전 트렌드 달라진다

또 하나의 가족, 가전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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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은퇴한 아버지(61)는 은퇴자금으로 새로운 창업을 꿈꾼다. 집 근처에 작은 점포를 열 생각에 프랜차이즈 설명회를 다니기도 한다. 어머니(57)는 아파트 부녀회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근처 부동산사무소를 다니며 시세를 알아본다. 자녀가 자라는 동안에는 큰 집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작은 공간으로 옮겨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결혼해 따로 사는 큰 아들(35)은 전세금 대출을 갚는 일이 까마득하지만, 주말에는 캠핑을 다니는 것이 낙이다.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34)는 야근을 하는 날이 늘면서 어린이집에 둔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는 것을 고민한다. 아직 미혼인 딸(34)은 친구와 함께 갈 제주올레 계획을 세운다.”

가정의 달 풍경이 달라졌다. 혼인 감소, 이혼 및 동거의 증가로 대가족의 본격적 해체가 시작됐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에 이모까지 함께 살던 대가족이 사라지고 있다. 1인가구나 부부가구 위주의 가구문화는 서구에서 낯설지 않다. 미국은 이미 부부나 부부-아이로 이뤄진 전통가정 가구 수가 절반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현재 22.5%의 비율인 4인가구 비중이 2035년에는 10%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가구의 변화는 주택의 축소로 다시 가전제품의 다양화, 세분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헬스케어 시장과 소형가전, 캠핑가전의 증가다.

◇건강한 실버세대 준비... 헬스케어 성장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리키는 액티브 시니어는 과거의 노년층과는 달리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헬스케어 산업도 연간 10%대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액티브시니어가 본격적으로 실버층으로 진입하는 2020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125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재 헬스케어 시장은 안마기, 보청기, 살균제품 등 걸음마 단계지만 의료서비스의 고도화로 IT를 접목한 관련 제품도 급증할 전망이다. 아이리버는 심장박동수를 기록하는 휴대용 기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도 헬스케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관련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자인 강조된 아이디어 소형가전 각광

1인가구가 늘면서 가전 트렌드도 차별화된 디자인과 실속 성능을 강조한 제품으로 변화됐다. 주거공간이 작아지면서 소형가전제품은 경쟁적으로 크기를 줄였다. 가족구성원이 줄고 즉석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TV나 김치냉장고를 제치고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는 식기세척기나 캡슐커피머신 등이 인기 혼수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청소의 부담을 느끼는 남성 소비자가 로봇청소기 구매를 문의하는 일도 잦아졌다.

1인가구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는 소형 제품이 인기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내놓은 240리터 제품에 이어 일본 시장에 맞춰 150리터 제품을 내놓고 전년 대비 50% 이상의 매출 증대를 기대했다. 미국도 전체 가전시장은 침체인 반면에 소형 조리가전은 2016년까지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시장, 아웃도어 전문 차량과 캠핑가전

가정 내 성역할의 변화는 새로운 시장도 키웠다.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캠핑을 즐기는 `프레디`의 등장이다. 가정용 석유난로를 생산하는 기업 파세코도 캠핑시장의 성장 수혜를 입은 대표기업이다. 석유난로 시장의 축소로 제품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하던 이 기업은 캠핑시장의 성장으로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27% 이상 늘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소비자 선호는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옮겨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UV 차량은 7만2538대가 신규 등록돼 전년 동기 대비 30.8%가 증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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