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문제를 공식 거론한 정부의 해결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간 저장시설`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당장 다음달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 작업을 편 뒤 2017년까지는 중간저장시설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5년 중간저장시설 부지 선정이 이뤄진다.
병행해 `재처리`가 가능토록 미국과 협상 중이다. 핵폐기물을 재처리하면 실제 폐기물 양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저장 공간을 늘리는 셈이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 구축은 부지선정에 따른 갈등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협정개정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도 순탄치 않다.
◇중간저장시설 부지 신중해야
정부는 핵폐기물을 중간 저장하고 폐기물 양을 줄이는 기술개발을 기다린다는 전략이다. 조만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까지 `저장고 건설`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위원회가 사용후핵연료 저장 방식, 저장고 부지 선정 절차, 해당 지역의 주민 지원책 등을 정부에 권고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15년 `부지선정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선을 대량 방출하는 기피 대상이라는 점이다. 중간저장시설 구축에 따른 지역 반발이 예상된다. 핵폐기물 처리에 난항을 겪었던 과거 사례가 이를 대변한다. 지난 2003년 전북 부안에선 중·저준위 방폐장 건립을 놓고 주민·경찰 간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방폐장을 경주에 최종적으로 짓기까지 부지선정에 19년, 건설에 9년이 소요됐다.
정부는 지난 2009년 6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공론화 지침` 고시를 제정하고 본격 공론화에 착수한 바 있다. 지난해 전문가 그룹 용역으로 정부가 전북 부안, 부산 기장, 강원 영양, 충남 서천 등을 후보지로 검토했다는 소식이 거센 반발을 불렀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정부는 특정지역에 중간저장시설을 만들겠다고 못 박은 상태에서 서둘러 공론화하자고 한다”며 “정부가 중간저장시설을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최종처분장`을 모색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처리 궁극적 대안 안돼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부피를 크게 줄인다. 저장 공간 확보라는 당장의 불은 끌 수 있다. 정부는 미국과 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본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국은 6차 본협상 이틀째 회의를 진행했으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 개정으로 재처리가 가능하더라도 핵폐기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건 한·미원자력협정 TF팀장은 “재처리가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처리는 과정일 뿐 핵폐기물이 완전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국이 2010년부터 공동으로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건식 재처리 방식은 무기 분야로 전용될 가능성이 낮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로 실용화는 2025년께야 가능할 전망이다.
임만성 KAIST 교수는 “일방적 중간저장시설 마련보다 재처리가 허용되면 공동처분장을 만드는 식의 구체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