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견제

사람과 국가 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기업 경쟁에서도 `견제(牽制)`는 일상적 활동이다. 일정한 작용을 가해 상대방이 지나치게 세력을 펴거나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견제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견제 활동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국가 핵심인 자동차 산업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경쟁 기업의 지나친 성장은 억눌러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를 향한 견제도 최근 들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브레이크 등 스위치 미작동 문제로 190만대를 리콜한 것을 두고 경쟁국 견제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리콜은 호주, 캐나다 등 각국으로 확대되며 그 대상은 3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구동과 제동 등에 관련한 치명적 결함은 아니지만 이번 리콜이 현대·기아차 브랜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현대·기아차는 중소형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고 글로벌 생산 체제를 완성하며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급성장했다. 특히 연간 판매량 700만대를 넘어서고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면서 미국, 유럽, 일본 업체의 가장 무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 온 선진국의 자국 자동차 산업 지키기는 치밀한 전략 하에 이뤄진다. 엔저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결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지키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견제를 뚫는 것은 결국 받는 자의 몫이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것도 그 시발점은 견제를 뚫고 이뤄낸 데이브 로버츠의 도루 하나였다.

아메리칸리그챔피언십시리즈(ALCS) 탈락 위기에서 팀을 구한 도루에 바탕을 두고 레드삭스는 8연승의 파죽지세로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했다. 현대·기아차에도 견제를 뚫을 도루 하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결국 품질 혁신뿐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