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특허 경영 무게 중심이 2009년부터 미국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허전쟁이 본격화한 시점과 때를 같이 한다. 국내 특허 보유 실익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매년 국내 등록 특허 건수는 1485~2013건으로 미국 등록 특허 3611~5081건 절반도 못 미쳤다. 수치만 볼 때 미국 출원 특허 두·세건 가운데 한건만을 국내에 출원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중소벤처 기업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국내 출원 특허 5~10건 가운데 한건 정도만을 미국에 출원한다. 비용 부담이 적은 삼성전자도 2007년에는 국내 등록 특허 건수가 1만974건으로 미국 등록 2725건의 4배에 달했다. 2008년 한국 등록 건수가 급격히 준 반면에 미국 등록건수는 늘었고, 이후 추세는 이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에서 특허 분쟁이 나타나면서 해외 특허 등록 비중을 높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결정이 협소하고 미성숙한 국내 지식재산(IP) 시장을 고려한다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김길해 피앤아이비 대표는 “국내에 등록한 특허 활용가치는 거의 없다”며 “예컨대 중소기업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이 소송한다고 해도 실익은 거의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공격한다고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식재산업체 대표는 “침해 소송을 해도 승소율이 낮고 승소한다고 해도 배상액이 극히 낮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굳이 등록 할 이유를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 특허를 등록하는 것이 미국에 등록하는데 역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국에 특허를 출원하면 대개 한국 등록이 빠르게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권리 범위가 줄어드는 소위 `흉터`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심사관이 권리 범위를 줄여서 등록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미국 특허 등록과정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중심 특허 경영은 다른 대기업과 정부 출연연구소에서도 나타날 분위기다. 이 때문에 국내 등록 특허건수가 몇 년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지식재산(IP)을 강조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평가와 심판,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는 “승소율과 배상금액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선 특허 비즈니스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표】삼성전자 국내와 미국 특허 등록 추이 (단위:건,%)
※자료:삼성전자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