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사이버 전쟁 대비 예산을 여섯 배나 늘렸다. 해킹 공격이 일어날 때마다 `사후 약방문` 식 처방에, 주요 금융권과 방송사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지만 예산 증가에 미온적인 우리 정부와 대조적이다.
11일 로이터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사이버 보안`이 미국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히고, 중국·이란·러시아 등으로부터 민관 PC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올해 사이버 보안 예산은 47억달러(약 5조3000억원)다. 지난해 8억달러에서 무려 6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사이버 보안 군 인력도 대폭 확충한다. 미 국방부는 “군 해커 인력을 통해 수색과 감시, 개발과 유지보수, 분석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방어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전체 부처 예산이 작년 대비 1.5%가량 줄어든 6억1500만달러지만 4400만달러를 들여 정부 부처 전체에 해킹 방어벽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사이버 보안 기술연구에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민간 보안업체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지자체 보안 시스템 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잇따른 사이버 공격을 `사이버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오프라인 전쟁에 준하는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예산안은 사이버 공간 상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오바마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고 전했다.
반면에 3·20 해킹사태를 겪은 우리나라 정보보호 예산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해 예산은 2400억원으로 전체 정보화 투자예산 3조3000억원 대비 7.3%다. 1년 전보다 오히려 비중이 0.8%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평균 1.2%에 불과한 48개 부처의 정보보호 예산 비중 역시 올해도 요지부동이다.
박동훈 닉스테크 대표는 “국내 정보보안 산업도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지만, 시장자체가 워낙 열악하다”며 “투자가 이뤄져야 고용창출이 되고, 고부가가치 기술에 대한 재투자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사이버보안 예산 증가 추이(단위:억달러)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