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기기 산업 육성하자]시스템 수출 경쟁력 확보가 관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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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인 중전기기 시장이 중국 FTA와 공공기관 정부 조달협정(GPA)으로 국내 전력시장까지 개방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 다른 산업과 달리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 위주의 생산구조로 중량·부피까지 크기 때문에 해외 각국의 표준·규격에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중견·대기업 위주의 전선·케이블·발전기 등 단품 수출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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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전기기 기업 시장 점유율(2011년 매출액 기준)

지난 2011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중전기기 시장의 외국 기업 7곳이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LS전선·현대중공업·효성·LS산전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이들 매출을 전부 합쳐도 시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반면에 ABB(17.2%)·슈나이더(13.6%) 등의 글로벌 기업은 매년 3~4%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국내 중전기기 산업은 수출 138억달러, 수입은 130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는 간신히 면했지만 중국 등 FTA 협상 타결과 GPA 개방으로 향후 무역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

중국 FTA 협상타결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에는 한국전력이 외산 유입을 막는 보호 장치인 GPA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는 셈이다. 한전은 지난해 말 GPA 협약에 따라 그동안 입찰을 배제해 온 중전기기 핵심 4개 품목에 외산 유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 품목은 전선·변압기·개폐기·배전반으로 한전 기자재 조달규모 2조1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1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국내 중전기기 산업의 매출 주력 품목이 외산과 경쟁관계다.

해외 수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재철 숭실대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전력 수요가 대거 늘고 있는데다, 유럽·일본 제품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중국산은 저렴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이 우리기업에는 해외진출 기회”라며 “국제 표준·규격화부터 국제 인증기관 설립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컨소시엄을 이뤄 단품 위주가 아닌 설계·조달·시공(EPC)의 시스템 수출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전기기는 각국의 전력계통과 연계돼 있어 표준화 및 규격화가 필수인 장치산업이다. 이 때문에 독일·프랑스·일본 등 글로벌 기업은 현지기업과의 인수합병으로 IEC 국제표준 제정 활동 등 합종연횡으로 컨소시엄 구성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