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시대 특징 가운데 하나는 무역장벽이 낮아지고 권력이 국가로부터 다국적 기업으로 이전한다는 점이다. 글로벌화는 경쟁력을 지닌 세계적 기업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경쟁력이 약하고 관세장벽이나 정부 보호에 의지해왔던 기업에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3/28/409214_20130328144932_233_0001.jpg)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산업 분야의 글로벌화도 이런 국면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그 경향이 더 뚜렷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전력산업에서 글로벌화는 위험 요인이 크다. 이미 E.ON나 Enel과 같은 세계적 메이저 전력회사는 물론이고 AES 같은 글로벌 민자발전사업자(IPP)는 발전사업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영역이나 매출 및 수익 규모 면에서 볼 때 정부 보호의 울타리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우리나라 발전공기업과는 규모의 차원이 다르다.
더한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전력수요 증가 추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발전소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환경론자들과 지역주민의 사업반대 여론도 위기에 힘을 더한다. 우리나라 발전사들의 지속가능성장은 더 이상 국내시장에서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셈이다.
많은 미래학자는 지금까지 어느 직장보다 탄탄했던 전력회사 일자리가 2030년을 기준으로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소의 폐쇄와 함께 화석연료 시대의 소멸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최고의 방법은 해외의 새로운 에너지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신흥국 인프라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2030년에 이르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비OECD국이 전체 전력수요의 60%는 물론이고 세계 발전설비 투자의 54%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흥국 전력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조업체 또는 타 메이저 전력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는 국내시장에서 축적한 실력을 바탕으로 서로 강점만을 갖춘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발전사는 현재 최고 수준의 발전소 운영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소 비용의 발전소 건설, 연료공급과 설비공급의 패키지를 이룰 수 있는 공급체인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글로벌 메이저 전력사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건설 시공능력과 설비 제작능력을 갖춘 국내 대기업·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값싼 연료 공급이 가능한 기업과 연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둘째로 단순히 수익실현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사업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치실현의 장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해외 발전 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NGO와 연계한 교육사업, 낙후 인프라 개선사업, 주재 직원 봉사활동 등을 통해 해외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도 도모해야 한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사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화석연료시대의 소멸을 앞두고 신흥국 에너지산업도 점차 신재생에너지로 옮길 수밖에 없다.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호혜적 관계를 구축한다면 추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적어도 동반자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전력사업은 에너지 산업의 `플랫폼`이다. 신흥국의 인프라 시장 진출은 발전회사에 마지막 생존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발전사업 모두를 아우르는 `패키지 컨소시엄`과 더불어 동반자적 관계에서 글로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전기 하나로 대한민국의 행복을 책임지는` 발전회사의 사명을 지속해서 다할 수 있다.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 didi123@komip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