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가전]혼자 사는 김과장, 이번 달 지른 제품은?

2인 이상보다 지갑 쉽게 열어…프리미엄 제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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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씨(34)는 중견기업 마케팅 담당 과장이다.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고, 일이 늘어나면서 야근도 많다. 아침은 집에서 전자레인지로 즉석식품을 데워먹거나 회사에 와서 간단히 해결한다. 저녁에 돌아가면 아침에 켜놓고 간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치워놓는다. 일찍 들어가는 날에는 세탁기도 돌리고, 간단한 안주를 만들어 친구들과 먹기도 한다. 주말에는 취미생활인 자전거동호회에 나간다. 가끔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만, 불편하지 않다. 자취생활만 10년째라 집안일이 별로 어렵지 않다. 오늘은 인터넷에서 본 복고풍 오디오에 욕심이 난다.

1인가구, 즉 `싱글족`이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삼성전자경제연구소(SERI)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가구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2010년 기준 우리나라 1인가구 숫자는 414만2000가구로 이는 10년 전에 비해 8.4%가 늘어난 수치다. 통계청은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4.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싱글족은 가전제품을 비롯한 소비시장에서도 `큰손`이다. 2011년 1인가구 연간 소비지출은 50조원에 이르며 소비지출액도 2인 이상의 가구의 1인 소비지출액을 앞질렀다. 교육 및 소득수준이 높은 1인가구가 자신을 위한 제품 구매에 더 쉽게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작아서 더 좋아, `미니가전` 돌풍

싱글족은 크기는 작아도 성능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선호한다. 거주공간이 보통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으로 좁기 때문에 소형 제품을 선호하지만, 성능은 그대로이길 원한다. 세탁기, 냉장고, 밥솥 등 일반가전제품도 더 작은 제품들이 사랑받는다.

밥솥 제품도 싱글족 맞춤으로 나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용량 즉석반찬을 사서 밥을 해먹는 직장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쿠쿠 미니 밥솥은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것은 물론이고 프리미엄급 제품에 담은 이중패킹모션, 분리형커버 기능을 그대로 적용해 싱글족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췄다. 미니 밥솥이 인기를 모으면서 최근 신제품도 내놨다. 리홈쿠첸의 마이콤 밥솥도 가구 소형화에 맞춰 나온 제품으로 예약취사, 재가열 기능으로 싱글족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만든 제품이다. 2011년 출시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재성 리홈쿠첸 상품기획부문 상무는 “가구 소형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소형 밥솥 라인업 강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며, 6인용, 10인용 밥솥에도 1~2인분 소량의 밥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미니쾌속취사 기능을 선보이는 등 소형가구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기능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 싱글족은 깔끔족

요즘 등장한 싱글족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주의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위한 소비에 자유롭고 자기관리나 계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거 혼자 사는 사람은 자신을 잘 가꾸지 못 한다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젊고 경제활동이 왕성한 20~40대 싱글족은 건강, 미용, 여가, 학습에 대한 자기투자에 적극적이다. 파세코는 의류관리기를 대형 제품에 이어 소형, 중형 모델까지 출시했다. 크기를 줄인 소형과 중형 제품은 오피스텔과 소형주택 위주로 공급됐다. 옷감의 주름을 펴고 살균 기능 등을 갖춘 의류관리기가 바쁜 싱글족의 요구와 잘 맞는다는 판단이다. 고가 제품으로 인식됐던 의류관리기가 싱글족의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가사 지원 부분에서도 위생과 청결 기능에 최적화된 소형 가전이 인기다. 스스로 청소를 하는 로봇청소기,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에어워셔, 애완동물의 털 등 오염물질 및 알레르기 물질을 제거해주는 침구살균청소기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니아만도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은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을 위해 가습 기능에 항균, 제균, 탈취, 제습 기능까지 모두 갖춘 프리미엄급 복합 제품을 내놨다.

◇`나홀로 시장` 커진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아

2011년 세계 1인가구 수는 2억4000만가구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적으로 싱글족이 크게 늘면서 해외 틈새시장 공략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수명이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자립한 개인 중에는 일이나 취미생활에 더 높은 비중을 두면서 결혼을 늦추는 경우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대우일렉, 모뉴엘 등은 이런 추세에 발맞춰 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해외에서도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모션콘트롤 기능`을 갖춘 모뉴엘의 로봇청소기 `크레몽`은 일본 IT전문지에서 어른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 랭킹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일본 테크놀로지 전문 매체인 기술영업은 12월호에 “모뉴엘 로봇청소기 크레몽은 청소를 노동이 아닌 놀이로 바꿔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마일 가전`”이라고 소개했다.

대우일렉의 15리터 전자레인지는 기존 20리터 제품의 크기를 25%이상 줄였지만 조리를 할 수 있는 내부용량은 그대로 둔 것이 특징이다. 해외 30여개국에서 누적 40만대가 팔리며 싱글족 대상 미니가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냉장고는 커야 잘 팔린다는 기존 생각을 깨뜨린 150리터 소형가전을 일본시장에 선보이며 틈새시장 공략도 강화했다. 앞서 출시한 240리터 콤비냉장고 제품은 지난해 누적판매 2만대를 돌파했고, 올해에는 전년대비 50% 증가한 3만대 판매가 목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인가구는 특성상 신체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며 가족에 대한 의무가 적은 편이라 자기관리와 계발을 위한 투자에 관대하다”며 “주거공간, 시간, 소득이 제한된 가구에 맞는 효율적 소형 제품을 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