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몰락은 법 규정이 불러온 착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전자화폐 이용 추이(자료:한국은행)

소액결제시장이 선불카드(선불 지급수단) 독주체제로 재편됐다.

한때 전성기를 누리던 한국형 전자화폐는 이용건수와 이용액이 8년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규정과 모호한 통계기준이 오히려 산업발전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4일 한국은행 `전자화폐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화폐 이용건수는 1500만건, 이용액은 185억원에 불과했다. 전자화폐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지난 2004년 당시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이 각각 1억5800만건과 12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폭락 수준이다.

반면에 선불식 지급수단은 매년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 한 해에만 4조8000억원이 이용됐다. 이용건수도 55억건에 달했다. 이용액과 건수 모두 전년 대비 13%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자화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시장 규모와 증가세다.

법적으로 전자화폐라 할 수 있는 지급수단은 현재 은행공동으로 발행하는 `K캐시` 정도로 협소해졌다. K캐시는 군부대나 학교 등지서 일부 특정 사용자들만 사용 중일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편의점, 커피숍, 영화관 등에서 소액결제에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화폐와 선불카드를 구분해 받아들이지 않는다. 편리하고 여러 곳에서 결제가 받아지는 범용성이 더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 것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하면 전자화폐는 금융감독원 허가업체만 발행할 수 있다. 허가와 동시에 해당 업체는 금감원과 한국은행의 `공동검사` 대상이 된다. K캐시나 마이비캐시 등이 이에 속한다.

반면에 티머니 등 주요 소액전자결제 수단은 `선불식 지급수단`으로 분류돼 금감원에 등록만 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제재나 감사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금융 관련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전자화폐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 선불식 지급수단 사업자 자격만으로도 얼마든지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법의 재정비와 그에 따른 통계 대상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박진우 티모넷 사장은 “전자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나 국가적 통계가 모호해 장단기 사업계획 수립에 애로가 많다”며 “특히 외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 협상 시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초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희준 한국은행 전자금융팀 과장은 “일선 시장에서 말하는 `전자화폐`와 현행 법과 통계상의 `전자화폐` 간 괴리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을 중심으로 전자지불수단의 기술적 현 수준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반영한 관련법 정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화폐 이용추이

전자화폐 vs 선불식지급수단

전자화폐 몰락은 법 규정이 불러온 착시?
전자화폐 몰락은 법 규정이 불러온 착시?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