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똑부`보다 `똑게`정부가 돼라

리더십 유형 중 `똑게`가 있다. 똑똑하고 게으르다는 뜻이다. 반대말은 `똑부`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를 말한다. `멍게`와 `멍부`도 있다. 멍청하면서 게으른 리더와 멍청하고 부지런한 리더를 일컫는다. 누가 가장 좋은 리더일까. 조직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나 부하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리더는 `똑게`다.

일을 잘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몸이 덜 피곤하기 때문이다. `똑부`를 만나면 일을 잘 배우지만 몸이 피곤하다. 성과 면에서는 `똑게`나 `똑부`가 별 차이 없다. 오히려 `똑게`가 더 큰 성과를 내기도 한다. 부하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부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 가능하다. 최악의 리더는 `멍부`다. 일을 열심히 하는데 성과도 없고 배우는 것도 없다.

오늘 박근혜정부가 출범한다. `세계 최고 정보통신 강국 실현` 등의 140개 국정과제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데 꼭 필요한 과제들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관건은 어떤 리더십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다. 박근혜정부가 `똑게` 리더십이었으면 한다.

전문성을 위주로 구성한 내각을 보니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지런하다. `똑부`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와 `똑부`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래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다.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소통을 하지 않고 단독 드리블이 잦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K팝스타`를 보면 심사위원인 가수 박진영이 참가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좋은 노래를 부르려면 어깨를 떨어뜨려 힘을 빼라”는 것이다. 골프도 힘을 빼야 고수가 된다. 농민 출신 유방이 산을 뽑을 만큼의 힘과 기개를 가진 항우를 이긴 것도 힘을 빼고 팀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매일 엄청난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 지식 폭증시대다. 사회가 너무 복잡해져 전문가나 `똑부` 혼자 무엇을 이루기 힘들다. `하드(hard)` 보다 `스마트`하게 일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와 `똑부`는 자기를 낮추고 경청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행보를 보면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일방통행을 한다. 결국 새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붕 떴다. 새 대통령과 헌 장관이 동거하는 상황이 됐다.

새 정부 야심작인 미래부를 맡은 김종훈 장관 내정자에게도 `똑게`를 주문한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다.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으니 부지런함도 대단할 것이다. 소통과 경청을 하지 않고 “나를 따르라”는 식의 `똑부` 덫에 그가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전투에서 질 수 있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과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똑게`가 돼야 한다.


방은주 경인취재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