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후지제록스 파타야 자원순환센터에서 에코를 배운다

7년간 13만여대의 폐기기를 수거해 2만1200톤의 자원을 캐낸 곳이 있다. 후지제록스의 태국 에코 메뉴팩처링(에코센터)이다. 이곳에는 아시아태평양 6개국에서 수명을 다한 복합기가 자원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모여든다. 최근 방문한 에코센터는 자원고갈과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지금,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 모범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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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야 에코 메뉴팩처링 작업자가 카트리지(퓨징 유닛)를 재조립하고 있다.

태국 파타야 촌부리 산업지구에 위치한 에코센터의 첫 이미지는 청결함이다. 폐기기를 재활용하는 곳인 만큼 어느 정도의 지저분함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컨테이너 박스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폐복합기와 잡티 없는 하얀색 건물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후지제록스 에코센터는 크게 △폐복합기 대기실 △제품 분해 라인 △부품 자원화 라인 △부품 재활용 라인 4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폐복합기 대기실에는 눈짐작으로도 수백대의 폐복합기와 카트리지가 새생명을 부여받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부족으로 대기실에 들어오지 못한 폐기기는 실외 저장구역 컨테이너에 보관된다. 자체 저장 컨테이너를 소유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컨테이너를 빌릴 정도로 아태지역 6개국에서 수집하는 폐기기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센터가 하루에 처리하는 폐기기 물량은 평균 16~20톤 정도, 컨테이너로 치면 4대 분량이다.

분해 라인의 첫 작업은 고객 개인 정보보호를 위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파괴다. 하드디스크가 제거된 폐복합기는 본격적인 분해 작업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부품과 그렇지 않은 부품이 분류된다. 후지제록스는 부품 재사용을 늘리기 위해 1995년부터 재활용 설계 지침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다. 재사용이 어려운 부품은 분쇄공정 등 처리과정을 거쳐 13개 재활용 협력사에 보내진다. 재사용품으로 분리되지 않아도 부품소재 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폐전자기기 재활용이 전통 인력산업과 맞먹을 정도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생산공정과 달리 부품별로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고 분류·분해하는 에코센터의 작업은 대부분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세계적으로 실업문제가 부상하고 전자제품에 탄소세 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후지제록스의 에코센터는 향후 기업들이 가져가야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재활용 복합기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우리가 주는 인센티브는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깨끗한 환경”이라는 와타나베 미키 CSR 매니저의 말에서 후지제록스의 친환경 경영이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합의로까지 확대되는 면모를 볼 수 있다.

파타야(태국)=


인터뷰// 사사키 요시히로 후지제록스 글로벌 리사이클링 시스템 그룹장

“최근 제조환경 변화와 국가 간 물류비용 상승으로 제품 재활용 사업의 수익창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으로 재활용 처리 대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흑자구조를 갖춰나갈 것입니다.”

사사키 요시히로 후지제록스 글로벌 리사이클링 시스템 그룹장은 자원순환 사업부문에서 규모경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사사키 그룹장은 아직 국제적으로 폐기물 재활용 관련 규제가 구체화되지 않아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국가 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폐기기를 자원으로 보는 인식이 보편화되면 재활용 사업의 가치와 수익은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사키 그룹장은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회수할 수 있는 고객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폐자재 입고 및 출고 시스템을 강화해 재활용 과정에서 자원화가 가능한 부품들이 불법 폐기 사례를 최소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활용 사업은 무엇보다 제품회수와 재활용 파트너사의 관리가 중요하다”며 “수집한 폐기기과 새제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품의 유실이 없도록 해 최대한 많은 제품을 재활용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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