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있다. 젊은 시절 손맛깨나 본 금고털이다. 요즘 들어 부쩍 깜빡깜빡하는 기억력이 걱정이다. 이럴 땐 악악대는 잔소리꾼 마누라라도 곁에 있으면 좋을텐데, 그만 이혼했다. 이 독거노인 수발을 로봇이 한다. 반려견도 아니고 `반려봇`이라니…. 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이런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발칙하고 재기발랄한 작품을 건져 올리기로 유명한 선댄스영화제 수상작이다.
최신형 로봇 `VGC-60L`은 요리와 청소는 물론이고 세상에나, 금고까지 잘 연다. 노인과 다투다가도 도둑질이 치매에 좋다며 은근슬쩍 눙친다. 베테랑 손기술과 고성능 프로세서(CPU)가 제대로 만났다. 죽이 척척 맞는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하지만 윌리엄 깁슨의 말이 아니더라도 영화속 미래는 이미 와 있다. 최근 폐막한 글로벌 가전전시회 `CES 2013`만 봐도 실감한다. 가전에 인지·상호작용기술은 대세다. 달리는 사무실이라는 스마트 자동차나 무인주행 시스템도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전엔 첨단 기술을 강조해도 왠지 `2% 부족한데`라는 아쉬움이 일었다. 이젠 때깔만 좋아진 게 아니다. `이거야`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제품이 많아졌다. 디지털에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담았다. 전시회 화두는 소통과 융합이었다.
`전설의 앵커` 래리 킹의 말처럼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과 사람이 일 대 일로 연결되는 현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접촉과 소통이 각박한 디지털 사회의 해법이라는 얘기다. 더 나아가 로봇도 사람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영화가 보여준다. 그런데 큰일 났다. 소일거리였던 도둑질이 어쩌다 보니 들통 날 판이다. 로봇의 메모리 기록 때문에 또 감옥에 가게 생겼다. 노인은 망설인다. 증거를 없애려고 로봇을 포맷해야 하나. 그러면 함께 했던 추억은 사라진다. `찰떡 콤비` 드림팀의 마지막 한탕은 성공할까.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