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환율이 심상찮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세가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다. 연초 외환시장 개장 직후 깨졌던 1070원 선은 22일 오후 현재 1060원 선마저 위협했다. 원·엔화 환율도 1180원대까지 빠졌다. 당장 IT·가전 등 전형적인 수출형 기업이 `초비상`이다.
◇환율, 왜 떨어지나
외환시장과 관계당국이 파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국제 유동성 증가와 국내 시장으로의 외국인 투자 유입 확대다. 쉽게 말해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새로 들어선 일본 아베 정권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 약세까지 맞물린 상황이다. 원·유로, 원·파운드화 역시 EU·영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유로존 위기 완화 등에 따라 하락 기조를 유지한다.
외환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환율 하락 속도다. 주요국 대비 너무 빠르다. 윤성욱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은 “엔·달러 환율은 상승폭이 가장 크고, 반대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폭이 너무 커 일선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한다”고 말했다.
◇시장 파장
환율 하락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수혜주다. 일본서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기계류는 원·엔 환율 하락이 고맙다.
문제는 두 경우 모두 IT나 가전에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삼성·LG는 자체 볼륨으로 위험 회피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영 활동을 하면서 현지 통화 사용 비중이 높아 통화 다변화가 이뤄졌다”며 “환율 관련 단기 대응보다는 근본 경쟁력을 강화, 웬만한 대외 변수에는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지불할 통화(부품 구매 등)와 들어오는 통화(세트 제품 판매)의 매칭에 집중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1~2개월 단위의 미세 환율 변동보다는 중장기 환율 방향에 더 관심을 둔다”며 “환율이 900원대에 진입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 중기에 초점
정부 대책은 무방비 상태에 놓인 `수출형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일시적 경영애로 자금` 지원 대상에 환율변동 피해기업을 추가, 매출액 대비 수출실적 비중이 30% 이상인 기업 중 매출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어든 중소기업을 돕는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50조원의 대출 중 45%인 22조5000억원을 중소기업에 배정하고 대출 금리도 0.4%포인트가량 우대한다. 유망 중소기업을 돕는 `히든 챔피언 육성 프로그램` 대상에는 50곳을 추가해 총 300여개 기업에 4조8000억원을 융자한다. 수입실적 인정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한도도 늘린다. 또 선물환 거래서비스의 기업별 한도를 2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수출 중소기업에 9조5000억원의 보증을 하고, 정책금융공사는 `수출기업 특별 온렌딩`과 `외화 온렌딩`을 작년의 갑절로 키운다.
무역보험공사는 올해 환변동보험 지원을 작년보다 4000억원 늘린 1조5000억원으로 정하고 3개월, 9개월물 상품을 신설한다. 중소기업청의 수출역량 강화사업을 통해 환변동보험료도 최고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환율하락에 따른 전자산업의 영향
수출기업 손익분기점(BEP) 환율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