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벤처, 말만 있고 연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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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벤처는) 다른 기관 소관입니다. 사회 전반을 연구하거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여성가족부 역할입니다. 여성벤처까지 하기엔 예산상 문제가 있습니다.”-여성가족부 관계자

“여성 벤처 자료는 없고 여성기업이나 벤처기업 전체 실태조사 자료는 있습니다.”-중소기업청 관계자

“2005년 여성 벤처 관련 보고서가 작성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야 연구가 잘 진행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벤처 붐이 사그라진 것도 영향이 있겠죠.”-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

전자신문 대학생 인턴기자가 여성 벤처를 연구할 만한 기관에 조사보고서 보유 여부를 확인한 결과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여성 벤처 창업 붐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는 반면에 이들이 참고할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전자신문이 오픈서베이와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는 여대생 창업 관심 비율이 60%를 넘었다. 본지 1월17일자 1면 참조

민간도 자료 부족 실태는 마찬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여성벤처나 여성기업 자료는 없고 여성 CEO 관련 자료만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LG경제연구소 측도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검색을 제안하며 “검색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여성 벤처와 연관성이 큰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여성벤처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제대로 된 연구는 한국여성개발원 `기술집약형 여성벤처기업 현황과 정책과제`(2005년)와 중소기업청·여성벤처협회가 만든 `여성벤처기술현황`(2009년) 정도다. 인터넷에서 어렵게 찾은 보고서도 학사 또는 석박사 논문 정도다. 최근 자료는 미미하다.

여성벤처 연구가 계속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전후 벤처 활황기 당시만해도 벤처의 중요한 축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여성벤처협회 부회장·회장을 역임한 이영남 이노디지털 대표는 “벤처 버블(거품)이 사라지면서 함께 관심이 없어진 부분이 있다”며 “여성 벤처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벤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169개사로 처음 2000개사를 넘었다. 추이를 고려할 때 사상 최대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2007년 501개사에 불과했으나 2009년 1234개사, 2010년 1746개사, 2011년 1960개사 등 꾸준히 늘었다. 벤처기업 전체에서 여성기업 차지 비중도 2007년 3.5%에서 지난해는 7.7%로 늘었다.

여성벤처 업계는 무관심이 정책지원 부족, 우수 여성벤처 탄생 부족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한다. 회사 규모가 작고 수적으로 적으니 연구를 안 했고, 이로 인해 여성벤처 성장 한계의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정숙 여성벤처협회장은 “많은 여성벤처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없다”고 정책적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대생 창업가인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시장은 여성 소비자에 의해 움직이고 그들을 잡아야 성공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이를 위한 핵심 니즈(필수 요건)가 무엇인지 연구가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성 중심 경제성장으로는 한계가 왔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섬세함·창의성·감성 부분을 살려야 한다”며 “대학때부터 창업교육이 이뤄지고 여성에 맞는 벤처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영 중기청 벤처정책과장은 “여성 벤처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어 이를 분석하면 여성 벤처창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책당국이 관심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아·김도현 대학생 인턴기자

【표】여성벤처기업 현황(자료:개사,%)

※출처:여성벤처협회

여성벤처, 말만 있고 연구가 없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