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곤의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12>`크록스`와 디자인 특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IP 전문인력 필요 교육분야

소비자 구매 결정이 제품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에 의해 좌우되면서 디자인이 기업 핵심 역량이 되었다. 우리는 산업 디자인을 디자인 보호법으로 보호하지만 미국은 특허 범주로 간주해 디자인 특허로 보호한다.

Photo Image

디자인 특허로 보호하려면 공산품 디자인이 새롭고 독창적이고 장식성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 신규성은 일반인이 보았을 때 이미 존재하는 선행 디자인과 비교해서 새로운 디자인이어야 한다.

크록스(Crocs)는 플라스틱과 고무의 중간 재질의 발포재라는 차별화된 소재를 사용하여 슬리퍼처럼 생긴 신발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크록스는 신발류에 대해 미국 디자인 특허 D517, 789를 등록 받았다. 나막신 같은 구조로 발등 커버에 공기가 통하도록 구멍이 뚫려 있고 발목을 지탱하는 발포제 끈이 있다.

크록스 신발을 모방한 제품을 다른 회사가 해외에서 제조해서 미국내에 판매하자, 크록스는 ITC 소송을 제기했다. 일심에서 ITC 행정판사는 디자인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디자인 특허 그림으로 된 청구항의 세부 사항에 주목했다. 발등 부분 상부에 둥근 구멍들이 뚫려 있고, 끈이 균일한 넓이이며 측면에 구멍이 같은 간격으로 배치된 점에 주목했다. 침해 대상 제품 중 월디스(Waldies) 신발의 경우 끈이 균일한 두께가 아니고 상부에 뚫린 구멍도 둥글지 않다고 관찰을 하고 비침해라고 판결했다.

연방항소법원으로 올라가자, 항소법원은 ITC 판결을 뒤집고 침해라고 판결했다. 디자인 특허 침해 판단 기준이 일반 관찰자 시험이라고 천명했다. 일반 관찰자 시험에서는 일반인이 선행 디자인을 아는 상태에서 침해 대상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등록된 디자인 특허와 혼동되도록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침해가 성립된다.

크록스의 경우 789 디자인 특허와 피고 제조 신발과 일반 관찰자가 비교하면 혼동할 정도로 비슷하므로 침해라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은 디자인의 전체적인 느낌을 중시해야지 너무 세부적인 사항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크록스는 디자인 특허를 활용해 ITC 제소 요건을 충족시키고, 다른 회사 제품이 침해 하는 것을 증명해 미국 내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상표법도 비슷한 상표를 세부적인 차이가 있더라도 소비자가 제품 출처에 대해 혼동할 가능성이 많으면 침해로 보는 넓은 범위로 보호한다. 제품 형상도 제품의 출처를 연상시키면 상표의 일종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 보호된다. 디자인 특허는 일반인 관점에서 등록 디자인과 제품을 전체적으로 비교해서 둘 사이에 구분이 잘 안 가면 침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드레스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을 상표와 같이 넓은 보호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중요해지는 디자인의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일반 특허 침해의 손해보상액은 특허권자가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로열티나 특허권자의 이익 손실이다. 그러나 디자인 특허는 더 나아가 침해자의 이익까지 고려한다. 이점이 앞으로 디자인 특허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