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새해 첫 날 정치권은 일제히 단배식(旦拜式)를 가졌다. 旦(단)은 새아침 `단`, 拜(배)는 절 `배`로 한 단체의 구성원 여럿이 새해 아침에 서로 만나 새해인사를 나누는 행사를 단배식이라 부른다.
정치권의 단배식은 일제 잔재이고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대에 정부와 정당이 새해 첫 날 일왕과 수뇌부에 충성을 맹세하는 단배식을 가졌다. 주종관계로 유지되는 시대의 유산이다. 평등이 기본인 민주정당에서 주종관계의 단배식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단배식이라는 말 대신 신년인사회 정도로 정리하면 어떨까 싶다.
어쨌든 올해도 여야는 중앙당사에서 단배식을 갖고 새해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여야의 분위기는 달랐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새누리당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참석해 새 정부 출범 각오를 다지며 안정적 국정 운영에 지지를 당부했다.
반면에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통합당의 단배식은 비장했다. 박기춘 새 원내대표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처절하고 가혹하리만큼 혁신하고 평가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을 강조했다.
새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1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1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1%포인트 낮춘 3.0%로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2013년 우리나라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여야는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서로 잊고 통합을 이뤄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올해 한국경제는 민간 부문 성장 모멘텀이 약화돼 저성장 경로가 고착화할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저성장이 지속되면 서민이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역대 최저 성장률에 대비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새 정부의 어깨가 무겁다. 정치권 단배식이 단순한 새해 인사가 아닌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어야 하는 이유다.
권상희 경제금융부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