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인사, 깜깜이 인사, 나 홀로 인사, 깜짝 인사…. 지난 24일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3명의 대변인 인사로 말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둘러싸고 붙여진 별명이 모두 동원됐다.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 조차 당선 직후 선언한 `대통합`과 어떻게 매칭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차라리 유능한 측근을 발탁하는 편이 나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반면에 당선인 비서실장과 두 대변인은 각각 경제전문가와 공보전문가를 기용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측근 실세나 친박, 지역연고와 상관없이 전문가를 인선했다. 당선인이 25일 “최근 공기업·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며 현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낙하산 인사도 하기 나름이다. 전문성과는 상관없이 임기 말 자기 사람을 챙기려는 낙하산 인사는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피 같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문성과 정책 실현능력, 리더십을 골고루 갖춘 인재까지 중앙부처나 청와대 출신 관료라는 이유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공식 공식취임 전일까지 차기정부 출범을 위한 정권인수 역할을 수행한다. 주로 정부 조직·기능과 예산현황 파악, 새 정부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차기 정부는 물론이고 이후 정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조직인 만큼 인수위원장 및 부위원장 등 핵심인물 인선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하마평도 돌고 있지만 24일 발표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포함한 인사를 보면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과 3명의 보좌진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현실이다. 비밀리에 인사가 진행되지만 `실무형 원칙`은 변함없어 보인다.
인수위를 이끌어 갈 인수위원장 자리는 당선인이 그동안 해 온 말이 있었던 만큼 대통합을 이뤄낼 화합형 인물을 선임할 것으로 기대한다. 못지않게 중요한 인수위원 인사도 실무능력과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진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대학이나 NGO 소속이면서 정치적 성향을 띤 인사들이 드러내놓고 선거운동에 참여해 활동하는 모습을 봐 왔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믿음직한 인사가 있는가 하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 자리 하려는 정치 철새도 적지 않다. 당선인은 인수위 구성 때부터 철저하게 평가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정치적 성향이라는 줄을 긋고 제한된 인력풀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진의 인재도 영입할 수 있는 대탕평 인사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