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들어갈 틈새시장이 있을까.` 선두 의료진단기기업체 인포피아는 분자진단시장 진출을 고민했다. 이 분야는 인포피아가 마지막으로 뛰어들 분야였다. 혈당,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간, 심장·암 면역 등 분자진단을 제외하고는 전 분야 진단기기 개발을 마쳤다.
그러나 결정은 쉽지 않았다. 미국업체 쉐피드가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해서다. 어설픈 기술과 특허로 뛰어들었다가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진단기기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휴대형 기기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었다. 다만 쉐피드 등 다국적기업의 특허장벽을 넘어설지 확신이 안 섰다.
전찬희 인포피아 연구소 부소장은 “기존 진단시장이 성숙기라면 분자 진단시장은 매년 14~15% 성장하는 뜨거운 시장”이라며 “우리는 혈당기 등 다른 진단기기를 보유해 분자진단 시장 진출 후에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포피아는 해법을 정부 IP 연구개발(R&D)사업에서 찾았다. 미국 쉐피드를 비롯해 관련 기술개발 중인 업체와 특허 보유업체 특허를 분석하겠다는 것. 그 결과 자체 보유 기술로 개발하려는 제품이 이들 특허를 회피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막대한 로열티 또는 특허침해 소송 부담 없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된 셈이다.
전 부소장은 “DNA증폭기술인 PCR방식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핵심은 이를 얼마나 빨리 추출하고 증폭하느냐 문제”라며 “쉐피드가 광범위하게 특허를 출원했으나 우리 기술이 특허침해 없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작년 사업에 착수한 회사는 지난 6월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앞으로도 10여건을 추가로 특허를 내놓는다.
회사는 IP경영 전략으로 찾아낸 신시장에서 상당한 성장을 기대했다. 자칫 정체기 시장에서 힘겹게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었지만, 이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낸 것이다. 전 부소장은 첨단기업에 특허가 의미하는 것은 “회사가 한 번에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애플 특허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비용이 들어서다. 회사 수익률이 20%에 달해, 잘 나간다고 해봤자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 단번에 추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다각도로 IP경영을 펼친다. 연구개발에 앞서 선행특허를 검토하는 것은 기본이다. 내부인력과 협력 특허사무소 3곳을 활용해 수시로 해외 특허 출원 동향도 파악한다. 2014년 분자진단분야에서 첫 상용 제품을 내놓는다. 그리고 분자진단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2020년 매출 1조원, 글로벌 진단시장 `빅5` 도약을 목표로 잡았다.
【표】인포피아의 특허경영
-IP가 미래다
-아이디어 창출은 연구원의 선택이 아닌 필수 능력
-전략적 해외 출원은 곧 영업이익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