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사람이 10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인구수로 보면 서울은 세계 10대 도시 안에 든다.
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 거르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이것은 분(糞)과 뇨(尿)를 배출하는 일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면서 오늘날 화장실은 대부분 수세식으로 개조됐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비데가 등장해 모든 것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하지만 수세식 화장실이 크게 늘면서 분뇨의 재활용은 줄어들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분뇨는 자원 기능보다는 폐기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불과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시골에서는 분뇨를 발효해 농작물을 길렀다.
`친환경 녹색에너지`가 이슈로 제기되면서 도시형 생태화장실에 쏠리는 관심도 늘고 있다.
생태화장실은 분뇨가 포함되지 않은 하수만 도시 생태형 하수처리시스템으로 보낸다. 하수는 자연정화 방식을 거친 후 하천으로 흘러가므로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실 분(糞)의 글자 구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변기에서 생태 바이오과학으로 퇴비화해 도시농업지역과 텃밭에서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뇨(尿) 속의 인과 질소는 고도의 물리화학적 수처리 분리 기술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인류 기술의 진보는 늘 극한 상황에 가서 변화를 모색해오고 있다. 지금처럼 환경이 위생, 수처리 환경 기술의 제어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실제로 하루 수돗물 사용량의 20∼25% 정도가 수세식 화장실에서 이용되고, 분뇨는 하수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방류된다. 분뇨와 다른 오염물질을 포함한 하수가 하수처리장에서 방류수 기준에 맞게 처리된다 하더라도 하천은 끊임없이 영양염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수질 기준을 강화하고 고도 수처리 기술을 갖춘 위생시설을 증설하고 가동한다 하더라도 수질환경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생태화장실이라고 하면 보통 1970년대 이전의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을 떠올린다. 하지만 도시형 생태화장실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환기와 퇴비화 촉진시설을 갖추고 있어 외관상으로도 수세식 변기와 다를 것 없이 청결하다. 내가 살고 있는 전남 구례군 산내면 지리산 자락 생태화장실만 보더라도 환기 시설을 가동한다. 실내 화장실 안에서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줌은 분리관을 거쳐 별도의 탱크에 모이게 설계할 수 있다. 심지어 아파트에도 설치할 수 있다. 물을 사용하지 않는 변기도 스웨덴과 미국에서 이미 개발했다.
도시형 생태화장실은 현재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수기처럼 퇴비화 과정을 돕는 간단한 원리로 운영된다. 3·4주에 한번 퇴비를 수거해 가고 모인 퇴비는 도시형 농업지구, 텃밭에서 유기농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오줌은 아파트 단지별로 모아 도시형 인 회수 광산(Urban P Mining), 질소 회수 광산(Urban N Mining)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분리 처리된 하수(graywater)는 인공습지와 같은 도시생태형 하수처리 시설에서 처리해 도시 정원수로 재활용할 수 있다.
수세식화장실에 사용하는 수돗물을 절약하고 하수처리 비용을 절감하며 오염된 하천을 회복하는 것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이를 물 절약, 에너지 절약, 하천 관리 및 복원 비용으로 환산해 도시형 생태화장실을 사용하는 가정에 돌려줘야 한다. 우리의 똥과 오줌이 버려지지 않은 날, 윤동주 시인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조재원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 jwcho@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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