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 레이스에서 경험한 내 몸을 여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초반에는 사막을 달리던 모습, 그야말로 기세등등(氣勢騰騰)했다. 발걸음도 가볍고 출발 전 몸 상태로는 수백㎞도 달릴 것 같은 기세, 그야말로 보무도 당당했다. 그렇게 초반 여세를 몰아 달리다 보니 무거운 배낭과 푹푹 빠지는 모래에 발을 떼는 동작이 점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달리다 좀 지치면 걸으면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할 여유만만(餘裕滿滿)함이 보이는 시점에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단기가 아닌 장기 레이스를 펼쳐 나간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다. 제한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체크 포인트에 도착하는 순간, 긴장을 풀고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보냈다.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점차 쉬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막에서 쉬고 있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함을 맛보는 것이다.
그러다 가끔 모래언덕을 만나면 죽기 살기로 기어 올라갔다. 이판사판(理判事判) 형국이다. 그것도 한두 번 경험하는 모래언덕이 아니라 각 코스마다 몇 개씩 넘어야 하는 모래언덕을 만나니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급격한 체력 소모로 에너지가 탕진되는 지경이었다.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길을 잃고 사막을 헤매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즉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남들이 걸어간 길을 고분고분 쫓아가면 문제가 없지만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모래사막에 처음 발자국을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에 족적을 남기다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은 사막주로를 걷고 뛰다 보니 서서히 목적지에 다다랐다. 갖은 고생 끝에 도착한 목적지에서는 지고 있던 배낭을 거의 내팽개치고 퍼졌다. 기진맥진(氣盡脈盡)한 상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상태지만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일어나는 내 몸이 신비하기만 했다. 하룻밤 곤히 잠자고 어둠을 뚫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면 피로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제저녁 천근만근 무거웠던 몸이 가뿐할 정도로 다시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사막 레이스는 마지막 종점을 향해 흘러갔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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